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해 준 손수레
빨간 불에 잠시 정차를 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차를 가지고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주말 오전. 바람이 세도 너무 세다.
정차중인 차안에서 주위를 둘러보다 열심히
힘을 쓰는 두 어르신의 모습에 시선이 고정됐다.
주말 운동을 가는 중인지 자건거를 타고 가던
파란 모자의 아저씨가 세찬 바람속에 자꾸만
기울어지는 아주머니의 파지 손수레를
밀어드리느라 가던길을 되돌아 왔다.
수레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무거운 파지를
싣고 있다. 종이박스가 자꾸 삐져나오면서
할머니의 수레는 기우뚱이다.
처음부터 다시 박스를 쌓고 겨우겨우 중심을 잡았는데
인사를 하고 수레를 끌고 가기를 두어 걸음. 다시 수레가 기울어진다.
자전거를 타다 말고 다시 달려온 파란모자의 아저씨가 수레 고정에 매달린다.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심히 불편한 시간. 차에서 내려 함께 거들지 못하니 괜시레 미안하다.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아직 신호는 그대로이고 시선은 자꾸만 그리로 간다.
아저씨에게 미안해서 어서 갈길 가라고 손사래를 치며 아저씨를 밀어내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돕느라고 갈 길 돌려 열심히 수레에 파지를 실어올리는 아저씨.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바라보게 될 때 마음의 밑바닥이 들떠 일어선다.
아직 세상이 사람 편이어서, 아직 세상이 인간적이어서, 아직 세상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어서
나를 들뜨게 한다.
주말 이른아침. 따스한 풍경하나가 메마른 내 마음을 후끈 들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