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다. 그리고 해가.... 뜨다.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려고 새벽같이 졸린 잠
참아가며 해맞이를 해왔다.
바닷가에 사는 덕으로 남들보다는 덜 고생하며
일출을 맞이한다. 두꺼운 외투하나 걸쳐입고
종종 걸음으로 나아가면 눈 앞에 펼쳐지는 바다.
복 받은 인생이다.
바다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른 언어로 나를 반겨준다.
결혼 후, 서울 떠나 부산와서 사는 나에게
서울 친구들은 혀를 차며 말했다.
"얘얘! 살만해? 시골 생활은 견딜만 해?"
서울 친구들에게 서울 외에는 다 시골이니까.
그래서 나는 조금 얄미운 몇몇 친구들에게 어떻게 복수할까 망설이다가 드디어 맞대응할 얘기거리를
'바다'에서 건져올렸다. 아름다운 뷰라고는 한강이나 전철을 한참 타고가야 만나는 인천 앞바다가 전부인
서울친구들에게 말이다.
" 잘 지내지? 서울은 잘 있구? 나 지금 시장가는데 아유, 지겹다 지겨워. 여기는 시장가는데도
바다가 보여. 바다가 이젠 징글징글해!"
1년 열심히 돈 벌어서 바닷가 해수욕장으로 휴가오는 친구들에게 치른 나만의 소심한 복수극.
낄낄대며 혼자 즐거워하던 철없던 새댁 시절. 그래도 큰 위로가 되었다.
겨우 걸음떼는 8개월 아이를 바닷가에 데리고 나가 모포 한장 펼쳐두고는 온 백사장을 기어다니게 했다.
아들아! 보아라. 저 바다 건너의 세상을 마주해보아라! 더 넓은 세상을 품에 안아라.. 온갖 폼 재면서 말이다.
여튼 그렇게 바다는 외로운 타지 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가장 고마운 대상이었다.
그런 바닷가에 관광용 기차가 들어섰다.
모처럼 집에 온 아들과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바닷가를 이어가는 작은 기차에 몸을 실었다.
때는 마침 석양무렵. 노을이 너무 고와서 취해 버리고 말았다.
일출도 설레지만, 낙조의 아름다움도 우리를 들뜨게 하는구나. 문득 눈물이 난다.
출발, 시작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도착, 끝에도 우리를 들뜨게 할 그 무엇인가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