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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Jul 26. 2021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빈 주차공간이 주는 이따만한 행복감

복권에 당첨되어 생각못한 부자로 일확천금을 

누리게 될 확률? 아서라. 나의 행복 리스트에 

그런 횡재에 대한 기대감은 아예 싹조차 없다. 

증조 할아버지의 사촌의 당숙의 고모가 유산을 

상속할 후손이 없어서 어느 날 내게 연락이 올 

가능성? 역시 아서라! 아버지가 사둔 땅이 열배로 올랐으니 찾아가라는 공무원의 연락에 

"우리 아버지가 우리 모르게 땅을 사두셨다고요?"라고라고 말 할 가능성?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우연같은 행운은

드라마 작가가 쓸 거리가 없을까봐 세상이 

마지막으로 남겨준 선물같은 소재들이다.

생각못한 승진, 생각못한 성공, 생각못한 명예.


생각 못했는데 갑자기 다가오는 행운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다. 

인생은 결국 과정으로 찾아오는  결실이 아니던가. 아니, 그렇게 믿어야 덜 억울하다. 

그래서 나는 노력없는 공짜 행운에 큰 기대감이 없다.  속 편하게 살려고 말이다.


일을 보려고 주차장에 막 들어섰는데 주차장이 한가하다.  아, 이게 웬 일. 늘 차 댈곳이 없어 빙빙 돌던 곳인데 이게 웬일인가. 주차공간 때문에 '난감하네!'를 외칠 일이 많은 요즘, 비어있는 주차 공간 하나로도 

내 마음은 행복이 번지고 있다.  입꼬리가 어느새 올라갔다.


그러고 보면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은 별스럽지 않다. 

퇴근 길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함박웃음으로 들고 있는 우등상장 하나.

철 지난 외투에서 발견한 나도 모르는 오만원짜리 두어 장.

몇 년동안 얼굴도 보지 못한 시골 사는 친구가 열심히 만들었다며 보내 준 귀한 매실액 한 병.

저녁 무렵 옆집 아주머니가 건네주신 취나물 무침 한그룻. 

동료보다 딱 6개월 빠르게 받은 승진 명령.

3년동안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공부한 영어로 외국인과 나눈 30분의 거침없는 대화.

거창하지 않아도 오늘 나의 삶을 들뜨게 하는 현실적인 행복들이다.

빈 주차공간 하나로 생각이 많아진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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