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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Jul 26. 2021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양행'의 시대가 간다.

대한민국 전역이 개발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갔을때다.

눈 앞에 펼쳐진 숨막히는 비경들에 마음을 뺏겼다.

하얀눈이 아스라히 덮혀있는 범상치 않은 

절경앞에서 일행중 한사람이 입을 열었다.

"와.. 이 곳에 케이블카 하나 설치하면 끝내주겠네.

한국 같았으면 벌써 관광지로 개발했을텐데..."

그러자 묵묵히 걸어가던 네팔의 셀파가 답했다. 

"우리의 개발은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이죠...

자연을 보존하고 지키는것. 그래서 네팔사람들은

매일 자연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끼어든 침묵. 개운치 못한 부끄러움이 급 밀려들었던 기억 한자락. 


땅덩어리 작은 우리네는 무엇이든 걸리적거리면

잘라버리고 무너뜨리고 파헤치고 새로 넣느라

난리법썩이다. 관광지에 사는 나는 출근할때마다

들어서는 삐까뻔쩍한 건물을 보며 네팔식 개발이 

아닌 속도전에 충실한 한국식 개발에 연일

감탄하고 있다.


출근길. 도로가의 낡은 건물에 대한 철거가 한창이다. 곧 사라지고 말것같은 건물들 사이에서 간판 하나가 오롯이 눈을 사로잡는다. <** 양행>

하하하. 얼마만에 보는 단어인가. '양행'이라! 정겹고 낯익다.

어린 시절  '양행'이라는 간판은 도심지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간판이었다.

외국과의 무역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서양식 상점을 일컫는  '양행'이란 단어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동반해 해외 수출과 수입이 증가하면서 대거 등장한 현대식 상점이었다.

아, 이제 그 흔치않은 '양행'의 상호도 역사속으로 사라진다싶으니 갑자기 마음이 시큰하다.


세월도 가고 사람도 가며 역사가 만들어진다. 

문득 오래전 기억속에 자리한 사라지는 추억들이 마음을 들뜨게한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삶의 현실도 세월따라 흘러 갈 터. 

가고 나면 무엇을 남기고 무엇으로 추억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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