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모기 출입금지, 재치 만점 간판
사는 재미가 별게 있으랴.
멋있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일.
타지에서 공부하는 두 아들을 찾아가 밥한끼를
나누는 일이 내게는 사는 재미의 큰 축이다.
아직 대학생이라 용돈 받아 쓰는 입장이니
작은 아이는 늘 엄마를 만나면 소고기 타령이지만, 연애생활 3년차에 접어드는 대학원생 큰 아이는
제법 로맨틱하거나 눈에 들어오는 흥미로운
식당을 잘 봐 두었다가 엄마를 초대한다.
큰 아이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그 날의 식당은
간판부터 예사롭지않게 유쾌했다.
솜털까지 보이는 CCTV작동중? 그래! 어디
내 얼굴의 모공까지 다 잡아봐! 즐거운 오기가
발동했다.
낮술 환영? 오호라.. 밤술은 거절할거야? 시비 걸고싶은 즐거움에 정신이 확 든다.
UN이 선정한 낮술 추천업소? 푸하하 이 대목
에서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파리모기 출입금지? 아.. 나는 파리 모기가 아닌
인간임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참고있던 마지막 웃음이 킬킬 새어나온다.
<습관성 배고픔과 만성 술고픔, 급성 우울증>을 모두 치료해 준다는 이 맛집의 음식은
먹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의 맛 메뉴가 되어 버렸다.
같은 밥을 먹어도 이리 유쾌한 주인장이 내어주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을 예정이리라.
밥심으로 사는 내 나이가 되면, 밥만 먹여주는 곳보다 분위기까지 먹여주는 이런 곳이 더 들뜨게 고파진다.
참으로 오랫만에 식당에 들어서기 전부터 배가 고팠다.
주인장의 재치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나저나 저 간판의 내용은 누가 만들었을런지... 엉덩이 한번 두드려주고 싶다면, 요즘 세상에 잡혀갈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