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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Jul 26. 2021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자전거처럼 나도 쉬고 싶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자전거가 

필수애장품이다.  캠퍼스가 넓다보니 걸어서 

다니기는 먼거리라 모두 자전거를 이용한다. 


오랫만에 큰아이를 찾았다. 

참치김치볶음, 닭갈비, 햄부침, 제육볶음, 

달걀말이..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싸들고

아이의 기숙사를 찾은 날.  보따리 보따리 들고

궁상떠는 엄마는 되지 않으리라.. 젊은 날의

내 초상이 그렇게 울부짖었건만.. 

세상사 알 수 없다. 본능에 충실한 이 엄마놀이가 

지금의 나는 결코 싫지 않다. 

아니 고맙고 행복하니 말이다. 


연락 받은 아이가 내려올때까지 건물의 1층에 자리한 야외까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다. 

녹음이 짙은 초여름의 캠퍼스. 그늘 아래서 쉬고 있는 평화로운 자전거 한대.

건강하다. 젊다. 이쁘다. 발랄하다. 상쾌하다. 보기 좋다. 

쌩쌩한 자전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청량하게 한다.  


바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별별 생각에 취해본다. 

아이들 태우고 하루종일 너도 고단했겠지. 움직이기 싫어도 움직이라고 페달을 밟으면 네 몸이 버거워도 

움직여줬겠지. 제대로 운전 못하면서 네 탓이라고 핸들을 몇번 두드리며 짜증내는 녀석도 있었겠지. 

잘못 넘어지면 부서져라 몸을 희생하며 그래도 함께 아파했겠지. 

그래, 자전거야. 세워져 있는 이 순간이 너에게도 즐거움이겠구나.  

맑은 햇살 한 줌,   시원한 바람 한줄기. 어쩌다 찾아온 이 틈 속의 평화가 너도 반갑겠구나. 


나는 자전거를 빌미로 나를 위로하고 있다.

엄마로 아내로 주부로 직장인으로 며느리로 딸로...나에게 주어진 십여가지 할 일을 다 해내느라

지친 일상을 이어가면서도 불평 한자락 내색할데 없이 기꺼이 지켜온 엄마의 자리.  

흡사 자전거는 엄마 마음을 알아 줄 것처럼 혼자서 중얼대고 있다. 

속얘기를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시간은 충분히 설레고 들뜬다.  


그래야지 암. 가끔은 자전거에게라도 속풀이하며 풀어내야지. 

그래야지 암. 쉬어가야지. 가끔은, 아주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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