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유 Jul 27. 2021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이사 가는 날

아이들이 커서 타지로 나가기까지 딱 두번

이사를 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좀 더 넉넉한

공간이 필요해 사진속의 이 집을 마련하느라

한번 이사를 했고, 지금사는 새집으로 오느라

사진속의 이 집을 떠나며 두번째 이사를 했다.


산 가깝고 바다 가까운 이 집에서

20년을 살았다.  강산이 두번 변했을 시간.

두 아이는 나고 자라 걸음을 떼며 이젠 어엿한

장정이 되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싶어 

아무것도 두지 않은 거실에서 처음에는

어린 두아이가 자전거를 탈만큼 넉넉했는데

아이들이 키가 크듯 짐들의 키도 성장했다. 

두번째 이사속에서 얼마나 많은 짐에 치여

살았는지 절감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하니

없어도 될 짐은 아니었다. 

그때는 필요했는데 지금은 필요없어진 짐들. 

아, 사람이 아닌 짐이라서 다행이다.  


이사 가던 날. 두 아이는 집을 꼼꼼히 촬영했다.

안방에 붙어있는 천정의 야광 별자리 스티커,

전원스위치에 붙은 한글 스티커 카드,

엄마와 함께 페인트칠을 했던 벽면의 흔적에게까지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추억을 담는다. 어린 시절이 잔뜩 배어있는 공간을 떠난다는건 아릿한 아픔이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것이 사는 일이라지만 아직도 이별은 낯설고 아쉽고 시큰하다. 

어린 아이들과 이사오는 새주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라고 덕담을 남겨본다. 


그리고 현관문을 닫기 전 나는 아이들과 빈 집에 허리숙여 인사를 하고 명랑하게 인사한다.

고마웠어요. 지난 시간들.

행복했어요. 지난 세월들.

잘 있어요. 포근했던 기억들.

아늑하게 울타리가 되어주어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울거에요. 잘 지내다가 갑니다.  그리울거에요

새로올 사람들도 따뜻하게 맞아주세요.


그래, 처음부터 내 것은 없다. 서로 나누며 돌아가며 사용한다. 

헌 집과 이별하며 추억과 이별하며 마음이 다시 들떠온다.  이별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고

안타까움을 접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정들었던 헌 집의 문을 살며서 닫는다.

이전 10화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