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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Jul 27. 2021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뜬금없는 문자와 사진

뚝딱뚝딱 솜씨 발휘하기를 좋아하는 내가 반찬을

몇가지  사왔다. 일주일내리 바빠서 반찬만들 

시간이 없다는게 핑계아닌 핑계였다.

그런데 기대만큼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마침 집에왔다가 학교로 돌아가는 큰아이에게도

사 온 반찬 몇가지를 나눠주었다.  며칠동안

사 온 반찬을 먹다가 영 마뜩찮아 

큰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들! 맛 없어서 먹기 힘들지?"

그런데 웬걸.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어머니 반찬만큼 맛은 없지만 벌써 다 먹은걸요. "

맞네. 청춘의 자취생은 맛으로 먹는데 아니라 

허기로 먹는다는걸 깜빡했다. 

이리저리 공부하다보면 매번 나가서 먹을 시간도 

여의치않고 그 시간이면 차라리 한두시간 잠을

더 자고 싶다는 이유로 가끔은 대충 밥을 먹는

큰아이. 그때를 대비해 종종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택배로 부친다. 


그런데 한밤중에 날아온 뜬금없는 사진과 문자. 

"엄마! 참치김치볶음, 정말 맛있어요. 한밤중에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니까요..ㅋ"

기특한 문자에 마음이 흐뭇하다가 웬걸 제대로 차리지못한 초라한 밥상이 마음에 걸린다.  


"넌 별 걱정을 다한다.  요즘 애들 입맛이 얼마나 고급인데! 

엄카로 너 보다 더 잘먹고 비싼 밥도 척척 사먹을테니 걱정마라. 우리때처럼 없어서 못먹고 배고픈 줄 아니? "

친구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위로 받는다. 

그래도 어쩌랴. 어쩌다 부실한 한끼 앞에서도 매끼가 부실할까 걱정이 앞서는게 부모 마음인것을.


사소한 일상에 감사를 담아 전해주는 한통의 문자는 우리를 들뜨게 한다. 

"잘들 지내지? 오이지 필요하면 열락해..(연락해) " 종종  맞춤법 틀리는 울 엄마의 두 줄 문자.

"엄마! 참치김치볶음 정말 맛있었어요.."  한밤중에 날아온 아이의 저녁밥 사진 한 컷, 

"늦어! 뭐 사갈까?" 무뚝뚝하지만 기다리는 아내를 배려한 남편의 마음이 담긴 한줄 문자.


돌아보면 깨닫지 못하는 감사한 일상이 많다. 아주 많다. 

발견하려고 애쓸수록 보이는 행복이 많다.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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