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짓는 기쁨
종종 대학생 강연을 나가면 받는 질문.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중에서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는게 행복한가요?"
그럴때마다 속으로 대답한다.
'왜 나한테 묻지? 본인이 결정할 일을?
행복이 기준이 뭔데? 당신에게는 어떤 것이
무엇이 행복인데?'
누구에게는 빨강인 것들이
누구에게는 초록으로 보여지기도 하니
이런 문제의 대답은 정말 난감 그 자체다.
세상사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공통적인 해답이란 쉽지 않다.
어떤 해답도 그저 참고일 뿐
나에게 맞는 상황으로 고쳐서
각자의 길을 찾아야한다.
***
나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잘하며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며 잘하고
글싸기를 매우 좋아하며 즐기지만
일 때문에 말을 많이하는 날은 매우 피곤했고
일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난 날은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일 때문에 청탁받은 글은 즐거움보다는 마감일이 코앞이어야 겨우겨우 해낼 수 있었다.
누구나 잘 하는 일이 있지만, 잘하는 능력만으로 그 일을 무조건 좋아할 수는 없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내가 좋은 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틈이 날때면 옷짓기를 하러 간다. 옷 짓는 일이 좋기 때분이다. 상상만 해도 들뜬다.
공방에 가서 여유있게 원단도 고르고 초크로 패턴도 뜨고 커피 한잔 마시며 완선된 디자인을 상상한다.
그렇게 원피스도 짓고 바지도 만든다. 재봉틀에 실을 꿰어 타다다닥 일정한 리듬으로 발판도 구른다.
그 리듬감이 참 명랑하다. 일에 묶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 재봉틀로 바지를 지어 내다 팔고 치마를 만들어 내다 팔며 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한다면
종일 앉아있어야 하는 그 자리를 지금처럼 좋아할지는 미지수다.
좋아하는 일은 생각만해도 매양 나를 들뜨게 한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다.
좋아하는 일은 잘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 구속의 패러다임이 없는 한 좋아하는 일로 남겨두고 싶다.
아! 그래서 나는 잘하는 일로 밥 벌어 먹을 생각이다.
좋아하는 일은,
누구보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도록... 아무렇지않도록... 그냥 좋아하도록 ... 그렇게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