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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Jul 27. 2021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그랜마 J의 베이커리 스튜디오 - 할머니의 손기술

할머니댁에 놀러가는 상상 한대목.

손주들은 열심히 컴퓨터 게임이나 핸드폰 게임에 

매달려 키득거리고 할머니는 거실에 앉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채널 돌리기에 열중이다.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못하는 따로국밥의 그림.

나의 미래를 그리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손기술이 있어야 해. 누구와도 함께 할 손기술.

몇년전부터 내 삶의 화두는 함께할 손기술이었다.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않고 내 힘으로 

내가 직접 즐거움을 만들어내려면 무엇보다 

손기술이 있어야 해.  함께 나눌 손기술.


그림을 배울까? 악기를 배울까? 손뜨개를 배울까?

아니었다. 취미도 좋지만 미래를 채우는일은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함께할 수 있는 일.

누군가를 달뜨게 만들어 보람이 스며드는 일.

그래서 시작한 일이 빵 배우기다. 

하루종일 학원에서 반죽을 하고 돌아와 모카빵에

도전. 모양이야 어떻든 맛은 좋다. 미국에서 1년간 빵을 배운 경험은 줄거움의 신세계였다.  


'그랜마 J의 베이커리 스튜디오' 할머니가 된 나의 미래다. 

마음속에는 이미 간판도 내걸었다. 그런데 스튜디오를 만들려면 지을 땅이 필요하다.  도심지 비싼 땅은 아예 관심없다. 돈이 없다. 자연 속으로 소음을 피해 들어가자.  가격이 싼 자투리 땅을 사 볼 요량이다.

하루 날짜에 공 3개를 붙여 핸드폰 통장에 저축을 시작했다. 1일은 1,000원, 10일은 10,000원 식으로 

계산해보니 한달 약 45만원. 1년이면 550여만원. 2년이면  1천만원 넘는 수준.

아는 친구가 남해에 자투리땅 50평을 1천만원에 경매로 낙찰 받았다고 했다. 

경매는 왠지 누군가의 슬픔을 기반으로 한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좀더 모아서 아무도 관심없는 자투리땅을 사야겠다. 50여평의 작은 땅.  아무도 관심없을 곳에 팔리지 않아 고민하는 작은 땅덩어리를 내가 사야겠다.  


별 인테리어도 필요없다. 들고 나는 문과 햇빛 받을 창문만 하나 마련하자. 전면은 통유리로 짓자.

중앙에는 반죽할 큰 테이블 하나, 뒷면에는 오븐 두개. 손주들과 빵을 만들어야지. 

자연을 벗삼아 서너시간이 걸리는 빵을 반죽하고 치대고 구워가며 이야기로 채워야지. 

나의 이 번듯한 노년의 계획에 친구들까지 가세했다. 

"난  그 옆에서 그림 그려야겠다, 난 식물 키워야겠다. " 벌써 아트샵과 가든샵이 탄생했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컨텐츠가 있는 곳이라면 깊은 구석이어도 좋다. 

나의 스튜디오를 찾아 줄 사람에게 언제든 한 구석을 내어주고 함께 공간을 공유해야겠다.

대신 달큰한 이야기 한자락 펼치며 빵도 나누고 차도 나눠야겠다.


나이든 할머니의 속도에 맞춰 어린 손주들의 조물거리는 손재간도 느긋한 속도로 노래하겠지. 

땅 한평 없는 내가 땅 한평 가질 생각으로 빵 만들고 이야기 나눌 생각으로

'그랜마 J의 스튜디오' 미래의 주인장은 마냥 들뜬다. 

미래를 사는 그대여! 어떤 계획을 들뜨게 가지고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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