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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Jul 29. 2021

훈련병 엄마의 편지

D-day 1일전  연극을 핑계로 울고 있습니다.

내일 아이는 논산으로 출발합니다. 

 

오늘은 아이하고 데이트를 했습니다. 아이와 저는 삶의 코드가 닮아 있어 좋아하는 것도 같습니다.

연말이면 몇일씩 대학로에 가서 연극 순례도 합니다.

모처럼 연극을 한 편 보기로 합니다. 모처럼 대학가에 가서 인터넷 검색을 합니다.

다행히 시간맞는 연극이 있네요..

달동네인가... 산동네인가... 아이 때문에 제목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군에 간 아이가 너무 보고 싶으면 어쩌지. 적적한 그리움을 무엇으로 채울지

엄마는 그저 심난합니다.


연극가는 한산합니다. 어쩌다 연극을 보면 무대를 어렵게 지키는 젊은 배우들을 볼때마다

제 자식일처럼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오늘 본 연극무대도 한산하네요.  관객이 한 스무명이나 될까? 그것도 엄마 손 잡고 온 초등생들.

아마도 단체관람인 듯 싶네요.


맨 앞줄에 앉았는데, 다가온 배우가 말을 겁니다. 관객 중 누군가를 연극에 참여시키려는지

눈동자가 빛납니다. 앞 줄에 앉아 있던 아이가 타겟이 되었습니다.   연극 내내 아이는

몇번이나 무대로 불려 나갔습니다. 무대로 불려나가면서도 아이는 기를 쓰고 모자를 챙깁니다.

땀이 나는데도 모자를 벗지 못합니다. 까까머리를 들키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이는 계속 모자를 씁니다. 꾹꾹 눌러 씁니다. 


연극은 슬펐습니다. 월남전에서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는 아픈 가족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버지를 찾는 대목에서 우리는 펑펑 울었습니다.

그나마 관객들이 모두 울어서 덜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는 내일 군에 갈 생각이 서러운건지 연극이 슬픈건지 자꾸 눈물을 훔치네요.

아이 앞에서 엄마가 울 수는 없었는데 차라리 잘 됐습니다. 핑계댈 연극이 있으니 말입니다.

아이를 생각하며 저는 편하게 눈물을 쏟습니다.

행여, 아이가 마음 쓸새라 앞에서 서운한 눈물을 보이지도 못했던 제가 

연극을 핑계로 속편하게 울고 있습니다.

연극이 슬펐던게 다행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서운한 마음이 대신 씻겨내려 갑니다.


내일은 절대 울지 말아야지.. 단단히 마음 챙기며 

엄마는 내일 아이를 배웅하러 논산에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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