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이사를 앞두고 있다. 이사를 하려니 결정할 게 많다. 이사 갈 집을 정하는 것부터 어렵다. 위치/교통, 신축/구축, 전세/월세, 24평/32평 고려해야 할 것 투성이다. 그다음은 이삿짐센터다. 몇 군데 견적을 받아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블로그 후기 글은 죄다 홍보글이다. 입주청소는 어떠한가. 숨고에 견적을 넣어보니 10 곳 이상에서 견적서를 보내온다. 이건 또 가격이 고만고만해서 고민이다.
너무 많은 고수에 결정장애가 온다.
이렇게 구매 결정할 때 고민이 드는 이유는 선택지가 많고 어떤 게 최고의 결정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재테크에 '자신만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있다면, 소비에는 FOBO(Fear Of Better Options) 증후군이 있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말한다. 불안감에 결국 아무 결정을 못하기도 한다. 결정 장애가 오는 것이다.(음식점 메뉴판 앞에서만 결정 장애가 오는 게 아니다.)
고심 끝에 집을 계약한 뒤 어느 주말, 침대 프레임과 거실 TV 장식장도 사야 하기에 와이프와 누워 폰으로 후기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호갱노노 부동산 실거래 알림이 온다. 우리가 계약했던 아파트다. 우리보다 전월세 가격이 싸 보이는 실거래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우리가 비싸게 한 걸까? 다시 전세가로 전환해서 계산해 보니 우리가 약간 싸다. 순간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에 해당 아파트 실거래 알림을 해제한다. 우리는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노라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
문득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참 많은 결정을 했다. 수능을 본 뒤에는 어느 대학교를 지원할까 고민했고, 대학생 때는 공부를 할까 술 마시러 갈까 고민했고, 인턴 때는 무슨 과를 전공할까 고민했고, 레지던트 때는 머리를 감을까, 10분 더 잘까 고민했다.(늘 10분 더 자는 걸 선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답은 없었던 것 같다. 최고의 결정들을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때 당시 최선의 결정들을 했던 것 같다.
최고의 결정보단 최선의 결정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침대 프레임과 TV 장식장은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주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