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나를 버린 날

by life barista

그날, 선장님이 요트 밑에 따개비만 따고 얼른 가라고 했어요.

기계 팔다리를 새로 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아버지처럼 말씀하셨죠.

저는 몸이 더 튼튼해진 것 같아 자신감이 넘쳤어요.

감기 들린 친구는 쉬게 하고 혼자 금방 작업을 마칠 생각이었죠.


소금기 때문인지 로봇 팔다리가 이상했어요.

바닷물에 들어가자마자 로봇이 살짝 떨리더라고요.

머리로는 잘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로봇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어요.

따개비를 떼려고 손가락 힘 조절하는 데도 애를 먹었어요.

공기통이 풀렸다는 걸 알아챘을 땐 이미 늦었어요.

기계 다리는 자꾸만 더 깊이 가라앉고,

기계 손은 잡은 웨이트 벨트를 놓질 않았어요.

어떤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았어요.


바닷속이 점점 뿌옇게 흐려졌어요.

기계손이 계속 따개비를 무의식적으로 긁어내고 있었어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요.

바닥에서 올라오는 미역들이 눈을 덮자,

가슴이 더 답답했어요.


그 순간에도,

그만하라고 외치는 내 명령을 몸은 무시했어요.

꼭 몸이 나를 버리고 떠난 것 같았어요.

옆에 아무도 없었어요.



서현이가 죽은 이후,

엄마는 같은 꿈을 꾼다.

꿈속 서현이 가슴엔 금속 파편이 번쩍거리며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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