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과 신념

by life barista

박금배는 휴대폰에 박힌 호모 오피니오니스(Homo Opinionis)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모나드가 처음 보낸 텍스트 메시지라 함부로 해석할 수도 없는 노릇.

그는 최신 나노 송과선을 탑재한 비서실장을 부른다.


“오피니오(Opinio)는 의견 또는 믿음을 의미하는 라틴어입니다.

본래 헬라어 독사(Doxa)를 번역한 말이지요.

독사는 사람들이 무심코 받아들이는 통념이나 편견을 가리킵니다.

인간은 자기주장이 양심의 산물인 줄 알지만,

결국 그 사회의 편견과 통념을 되풀이하는 거죠.


비서실장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는지,

박금배의 얼굴이 밝아진다.

어원을 분석할 땐 잘난 척하는 것 같아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하던 그다.

하지만 이젠 그 설명 때문에 일머리가 잡혔다.


갓난아이에게 중년 아저씨나 아줌마 같은 의견과 신념이 있을까?

의견과 신념은,

인간이 태어날 때 완성품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의견과 신념은 그 사회에 의해 주입되고 배양되는 것이다.

마치 돼지를 키우면서 삼겹살을 전략적으로 만드는 것처럼.

그가 속한 사회가 인간의 의견과 신념을 만든다!

갑자기 모든 게 박금배 앞에 가지런히 섰다.


그는 비서실장에게 바로 명령했다.


“최익수 회장, 지금 당장 오라고 하세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5화호모 오피니오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