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본질

by life barista

명인성이 모나드 시티를 발표한 정부를 비난한다.

하철상이 묻는다.


인간은 왜 정치를 할까요?


명인성은 천천히 숨을 내쉰다.


“정치는,

인간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함께 짊어지려는 노력 같습니다.”


하철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이어간다.


그럼,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란 뭘까요?


예를 들면, 절대악 같은 거죠.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악과 마주쳤을 때
한 사람만으로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인간이 그런 악을 마주하고 처리하는 게 정치의 본래 목적이었다면,

정치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명인성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정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경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 아닐까요.

우리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에서 그 경계를 계속 지켜내려면,

결국 서로 마주 보고 생각을 나눠야 하니까요.”


하철상은 그의 말을 음미하듯 가만히 있다.


인간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생각을 함께 나눈다는 것,

그게 정치의 중요한 본질일지도 모르겠네요.”


명인성은 조금 더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인간이 정치를 필요로 했던 건,

우리가 겪는 이 어둡고 무거운 일들을 홀로 견딜 수 없기 때문이겠죠.

우리가 만든 법과 국가는,

결국 함께 짊어진 책임의 증거이고요.”


하철상은 부드럽게 명인성을 바라보았다.

명인성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절대악과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존재라고 깨닫습니다.

그 악을 응시하는 순간,

우린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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