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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트 Sep 11. 2024

동티모르 EP.15 : 현지어 공부, 동네 꼬마 친구들

[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16.05.01.~06.


동티모르에서 지낸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넘어서다 보니 조금씩 입이 트이기 시작했다. 딱 초등학생 정도 되는 수준만큼.


그래도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겨서 주말마다 옆집에 놀러 가서 아이들이랑 떠드는 게 내 새로운 일상이 됐다.

우리 앞집, 양 옆집, 뒷집 다 합쳐서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았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헌트 크루라는 게 만들어졌다.


나 이전에도 한국 간사님들이 계속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간사님들은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이웃들도 내가 오고 나서야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았단다.

(이후로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웃들과 나는 가깝게 지냈고, 가끔은 이웃집에서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내가 아이들 등하교도 시켜주기도 하며 정말 가족같이 지냈다.)


아무튼, 아이들이 내가 ema Korea(Korean)라는 걸 알고 나서 한글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래서 자음, 모음 쓰는 것부터 아이들한테 알려주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한글이 알려주기 쉬운 게 아닌가...?


한글의 위대함을 이때 한번 느꼈다.



당시에 나에겐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학창 시절 베프들이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매일 같이 붙어 다녀서 부모님들까지 친하게 지냈던 그런 사이였다.

(내가 서울로 떠난 시점부터 우리에겐 큰 변화들이 있었고, 내가 해외로 나오면서 완전히 각자들만의 삶을 살게 됐다.)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가 우리 사이에서 인생 드라마였고 우리도 그렇게 늙어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렇게 노트에 썼었나 보다. 



사실 이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인지, 한국에 있던 친구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동티모르에는 염통구이는 없었는데, 비주얼만 봤을 땐 동티모르스럽긴 하다.



동네 한 가운데 있던 우마 아닷(로스팔로스 지역 전통 건축 방식으로 지은 집)


가끔 주말이나 점심시간에 우마 아닷 밑에 가서 누워서 낮잠을 자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무너졌다고 한다. 



지난번 에피소드에 나왔던 도서관 지원사업 학교로 다시 다녀왔었다. 그나마 사무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호메(home)라는 마을이었다.


거리로는 가까운 곳이었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길이 좋지 않아서 비만 오면 진흙 길로 변해서 이동이 어려운 길이 된다.



도서관 공간은 조성이 완료된 상황이라 책장과 책들만 지원되면 어느 정도 사업이 마무리되는 단계였다.


이날도 책장을 지원하고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러 갔었다. 얼핏 봤을 땐 별로일 수 있지만, 동티모르에서는 저런 가구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직접 목공소에서 주문 제작을 해야 한다. (그만큼 가격도 굉장히 비싸다.)


책장 사진을 증빙용으로 찍으려고 했었는데, 선생님께서 포즈를 잡아주셨다. (차마 잠시 비켜달라고 말은 못 함.)



모니터링을 마치고 나왔더니 콘스타 아저씨가 나무 그늘 밑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콘스타 아저씨는 직원 아저씨들 중에 가장 젊으신 분이셨고, 메인 드라이버(쇼페르)셨다.


그래서 차로 이동해야 하는 사업지나 수도 출장을 갈 때 항상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주셨다.


다음에는 콘스타 아저씨와의 에피소드도 소개해 봐야겠다.



사무소 차량으로 모니터링을 다닐 때면 굳이 좌석에 앉아서 편하게 이동해도 됐지만, 나는 늘 트렁크에 타고 돌아다녔다. 트렁크에 타면 일단 예술 같은 로스팔로스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잠시 일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차 앞에 우리를 가이드 해주고 있는 친구는 봉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로 우리 사무소 개이자 동네 깡패(다니는 곳마다 항상 개들과 싸우고 다님)였다.


나중에 봉구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풀어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오늘도 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끝. A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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