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16.07.10.-07.17.
지지난 편에서 멍구가 육아를 하지 않고 바깥으로 많이 돌아다닌다고 했었는데, 밤에는 집에 들어와서 육아도 열심히 했다.
그래도 애기들이 잘 먹고, 잘 자고 하니 며칠 일주일만에 토실토실 살이 오르는 모습이었다.
자기 새끼라고 끌어안고 자는 우리 멍구가 너무 귀여웠다.
뭐가 이렇게 늘 사야하는 게 많았는지, 없는 건 뭐가 그리도 많았는지 싶다.
예전 에피소드에서 딜리 출장이 힘들었던 점을 얘기했었는데, 그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게 바로 물품 구입이었다.
우리나라처럼 대형 마트에 가서 물건을 다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하루 종일 수도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찾아야 했었다.
매주 1회씩 지역 고등학생들과 함께 활동했던 독서 활동 모임
마을 곳곳에 있는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현지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서 같이 동화구연 프로그램도 만들고 연습도 했었다.
동네 꼬마들과 지내면서 현지어가 조금씩 입에 붙기 시작했다면 이 친구들을 통해서 조금 더 나아진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내 현지어 실력이 고등학생 수준이 되는 시점이었다.
우기라 정전이 잦았던 시기였다. 이날도 퇴근 후 정전이 되서 촛불 하나로 밤을 지샜다.
이런 개도국에서는 전기가 너무나 소중한데, 특히 우리집은 우물의 물을 모터로 끌어다 써야했기 때문에 정전이 되면 물을 쓸 수가 없었다.
그나마 물탱크에 물을 받아놓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괜찮았지만, 가장 최악은 전기 용품을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냉장고든 무엇이든.
멍구가 새끼들 위치를 옮겨놨다. 꼭 며칠에 한 번씩 새끼들 위치를 옮겨놔서 출근하고 오면 넓은 집 안에서 새끼들 위치 찾는 것도 일이었다.
원래 I간사님이 멍구를 키울 때만 하더라도 굉장히 시크한 성격이라고 했었는데, 나한테는 유독 착한 친구였다.
항상 잠도 내 옆에서 잦고, 시간이 흘러서는 밤에 동네 산책도 같이 하는 정도였다.
다음 날 또 하루종일 비가 왔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가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빨리 우기가 끝나길 바랬던 거 같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퇴근 후에 계속 현지어 공부를 했었다.
그나마 우기때 좋은 게 있었다면, 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한 날은 문득 무지개 끝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퇴근 후에 자전거를 타고 무지개 끝을 향해서 초원까지 달려가봤던 적이 있었다.
그땐 믿었다. 분명 무지개 끝이 있을 거라고. 그러나 결과는 아쉽게도 무지개 끝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누나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이루지 못한 내 목표가 있다면 악기 하나 제대로 다뤄보는 것이다.
같이 활동하던 코이카 단원 분이 기타를 엄청 잘 치셔서 제대로 마음먹고 배워보려고 주말마다 그 집에 놀러가서 기타를 배우곤 했었다.
의지의 문제인지, 내 손가락의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결국 실패했었다.
우쿠렐레라도 배워야하나 싶어서 배우긴 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분위기가 우쿠렐레랑은 어울리지 않아서 그마저도 그만뒀었다.
이번 에피소드는 멍구와 새끼들의 모습으로 마무리 하면서 A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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