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언니, 얘들 데리고 놀러 가도 돼?”
초등학교를 다니는 조카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일주일 동안 우리 집은 숙소가 되어 서울과 경기권에 있는 박물관, 아울렛, 놀이공원을 갈 예정이었다. 나보다 서울, 경기권 여행지를 더 잘 아는 여동생의 제안이었다. 월요일, 화요일 숙소는 우리 집이고, 수요일부터 금요일 숙소는 용산에 있는 신축 호텔이었다. 새봄이는 사촌 언니, 오빠를 잘 따르기에 곧바로 수락했다. 내가 직접 운전하기로 했다. 매일 마트와 새봄이 어린이집 등. 하원용 운전을 했지만, 동생이 천천히 운전하면 된다는 조언에 용기를 얻어 서울과 경기도 운전을 시작했다. 첫 번째 행선지는 파주 구름 놀이터였다. EBS 유치원 티비에도 나온 곳이라며 매일 새봄이랑 EBS 유치원을 시청하면서도 몰랐던 곳이다. 성남에서 파주까지 대략 1시간 반에서 2시간 거리였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트렁크에 붙이고, 여동생은 조수석에 타고, 초등 조카 두 명과 새봄이는 뒷좌석에 나란히 태운 채 출발! 남한산성 길이 개통이 되어 막힘없이 달렸다. 서울권에서는 성수대교인지 양화대교인지 아무튼 **대교들을 거쳐서 달렸다. 의외로 일직선 도로라 어렵진 않았다. 고양시라는 팻말을 보면서부터 마음이 두근 거렸고 곧바로 고속도로가 나왔다.
고속도로 4차선에서 나름 80km로 달리며 뒷좌석에 쪼로로 앉아 있는 세 녀석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모가 해냈다. 조금만 기다려!! 곧 도착이야!” 오후 4시에 도착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커다란 문이 우리들을 반기는 것 같았다. 그 문으로 들어가자, 인형 복을 입은 삼촌들과 이모들이 반갑게 맞이했고 우리는 결제를 하고 들어갔다. 기억에 남는 것은 거대한 구름 놀이터였다. 실내인데, 어른들도 놀 수 있을 크기였다. 2층은 외나무다리로 되어 있어서 누구든지 걸어 다닐 수 있었고, 2층 높이의 미끄럼틀도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괴물 놀이를 했다. 조카들과 새봄이가 함께 모이면 늘 내가 이모 괴물로 변신해서 잡기 놀이를 했다. 이곳에서는 층간 소음이든 어떤 소음에도 괜찮기에 “이모 괴물 나간다. 으악~~~~잡으러 간다”라고 말하며 1시간 이상 뛰어놀았다. 좀처럼 앉자만 있던 여동생도 합세해 우리는 열심히 놀았다.
아이들은 흠뻑 땀에 젖었고 우리는 1층에 있는 구름 카페로 향했다. 이곳에는 주먹밥, 돈가스, 핫도그, 커피, 음료수 메뉴가 있어서 가족 단위로 많이들 있었다. 오후 5시 30분쯤 가서 아이들은 돈가스,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역시 땀 흘려 놀아야 밥도 잘 먹는 것 같다. 우리는 맛있게 먹고 조금 놀다가 집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동생의 조언 덕분에 집에 무사히 도착했고, 아이들은 하나같이 파주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말을 했다.
그날 밤, 서재 방에서 우리 다섯은 둘러앉아서 윷놀이도 하고 오늘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올해 초등 5학년, 2학년이 되는 조카들 덕분에 이야기가 더 잘 통했다. 새봄이는 6살이 되는지라, 빨리 초등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우리 다섯 명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다음 날에는 용산으로 차를 몰고 전쟁기념관 등을 방문하며 이후 일정을 잘 마무리했다. 조카들과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 같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등장하는 민식은 불편한 편의점 사장의 아들이다. 사별한 엄마에게 자신의 사업 아이템 설득을 위해 엄마 집에 간다. 불꺼진 집에 티비에서 트롯트 노래만 흘러나오는 어두운 거실에서 움크리고 자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본다. 적막한 집안의 공기를 느껴진다. 초핵가족화 되어 가는 요즘 가족이 있다는 것이, 조카들과 내 아이가 있다는 것이 우리 집의 온기를 따뜻하게 데우는 것 같아 마음까지도 따뜻했던 겨울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