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새벽에 죄송한데요. 오늘 퇴원한 703호 새봄이 엄마예요. 새봄이가 새벽까지 분수토를 하고 울기만 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0년 2월 엄마가 되었다. 코로나로 모든 게 단절되었다. 출산 한 달 만에 집에 갔지만, 시골에 사시는 양가 부모님들을 부를 수 없었다. 남편과 나 그리고 30일 된 새봄이. 세 식구가 처음으로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밤 12시. 새봄이가 분수토를 하고 새벽 내내 울기 시작했다. 산우도우미도 부를 수도 없었기에 다급하게 조리원에 전화를 했다.
조리원 선생님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아이가 계속 운다고 분유 주지 말고 등을 토닥토닥해 주라는 것이다. 새봄이가 배고파서 우는 줄 알고 계속 분유를 줬던 나였다. 이후,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새봄이가 잠들었고 우리 부부는 녹초가 되어버렸다. 매일매일이 불안했고 가뜩이나 코로나가 우리 집에 침범할까 봐 새봄이가 돌 때까지 집에만 있었다.
"나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럴 때는 가만히 있는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고 상상한다. (중략) 내 안의 화에 대해서는 내가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하지만 뜨거운 물 안에 내가 있는 거라면 적당히 잠겨 있다 몸을 일으켜 그냥 털고 나오면 그만이다." 정혜윤 <오히려 최첨단 가족>
이런 나의 마음 상태는 점점 예민을 넘어 분노로 차올랐다. 남편은 매일 야근에 밤 10시가 되어 집에 왔고 나의 갑갑한 마음은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부딪치는 일이 잦아졌고, 삶이 점점 피폐해져 갔다. 내 안에 끌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주말이면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카페에 가서 혼자 노트에 나의 감정을 적기 시작했다. 오만가지 감정을 쏟아부었다. 신기한 건 이렇게 적고 나면 마음이 한결 정리가 되고 안정이 되었다. 정혜윤 작가의 글처럼 나는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는 행위로 노트에 내 감정을 적는 것으로 화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서평을 블로그에 올리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글쓰기가 나의 육아 생활에 힐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꾸준히 글쓰기를 한 덕분일까? 2022년 공모전에 도전해서 상금도 받게 되었고, 올해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육아와 글쓰기 공부, 매일 글을 써보는 작업을 통해 나는 아이 발달뿐 아니라 내 성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 적으니 확실히 보였다. (중략) 글쓰기로 3년의 육아 기간은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성장의 시간이 되었다."
<엄마가 더 행복해지는 글쓰기 육아> 발췌문
육아로 힘든 나날들이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변했는지 글로 풀어보고 싶다. 아무쪼록 나의 경험담을 통해 육아에 지친 엄마들,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엄마들, 자신을 찾고 싶은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