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이라떼 Nov 16. 2024

엄마, 내면 아이를 만나다.

육아 힐링 글쓰기

"이제, 집에 가자."

"여보, 새봄이가 징검다리에 배를 부딪쳤대"


지지난주 토요일, 비가 왔다. 그래서 키즈카페를 갔다. 남편은 일주일 내내 출장으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토요일만큼은 아이와 나를 위해 키즈카페에 가서 열심히 놀아줄 기세였다. 두 시간 동안 나는 쇼핑을 하고 남편이 키즈카페에서 아이를 보았다. 시간이 다 되어 키즈카페를 갔더니 아이가 남편에게 안겨있었다. 아이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알고 보니 새봄이가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나무에 배를 부딪쳤다는 것이다. 새봄이는 걷질 못했다. 나는 남편에게 "애를 잘 봐야지"라고 쏘아붙였다. 머쓱해진 남편은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쇼핑을 하려는 목적을 뒤로하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차 안 분위기는 가라앉아있었다. '나는 평일에도 홀로 아이를 보는데, 남편은 주말에 2시간도 애를 잘 못 보면 어떡해.' '친정이 옆에 있는 엄마들이 부럽기만 하다'등 내 마음속에서 원망과 분노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응급실에 앉아 있는데, 새봄이가 잘 걷고 뛰기까지 했다. 간호사님은 구토하거나 열이 나면 다시 오라고 하셨다. 우린 응급실을 나와 근처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먹으며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남편도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나의 프레임에 갇혀 원망과 비교가 끊임없이 나온 것이다. 이런 일이 나만 해당하는 건지 다른 엄마들도 그러는지 알고 싶어서 육아서를 계속 읽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일, 육아.

엄마가 된 우리는 육아 기간 동안 두 아이를 동시에 키우게 된다. 하나는 내가 낳은 아이, 다른 하나는 꼭꼭 숨어 있다가 엄마가 된 순간부터 불쑥불쑥 나타나는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 이 두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 내면아이가 자기도 사랑해 달라고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엄마가 더 행복해지는 글쓰기 육아> 발췌문


이 책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엄마들이 겪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뭔가 해방감마저 들었다. 학창 시절,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다. 늘 위축되었다. 또한 여동생이 무척이나 이뻤다. 고향에서 팬 클럽이 있을 정도로. 그래서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다. 이 두 가지 성적과 외모 콤플렉스는 나의 자존감을 뚝 떨어뜨렸다. 낮은 자존감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학교 간판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7kg가 빠지면서까지 편입 준비를 해서 나름 지방 국립대로 중간에 들어갔다. 대학교 간판만 생각했지 취업 준비는 전혀 안되어 있었다. 결국 고향으로 내려가 상가 영어 학원 강사를 시작했다. 월급 80만 원. 6개월 동안 열심히 가르쳤지만, 나의 직업이 초라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이때부터 나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스펙이 전무했기 때문에 직장만 다섯 번을 바꾸며 7년 동안 고용불안의 삶을 살았다. (부끄럽지만 직장을 다니면서도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 기간을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녹녹지 않는 서울 생활 속에서도 늘 주말이면 서점에서 책을 읽었다. 그 낙에 7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었고 2012년 글쓰기 분야 파워블로거의 글쓰기 수업을 통해 독서토론 강사로 전향할 수 있었다. 초보 독서토론 강사로 일할 때 나이가 34살..결혼 적령기였다. 나이가 더 들면 결혼을 못할까 봐 불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소개팅을 통해 한 남자를 만났고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난 결혼만 생각했지 출산은 생각하지 않았다. 남편이 아이를 원했기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임신과 출산. 아이를 낳아서 기뻤지만, 이제 막 시작한 독서토론 강사일이 아쉬웠고, 서울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야 했던 지난 세월들이 육아를 하면서 자꾸 생각나 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내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열심히 학원 강사일을 했더라면,, 돈도 어느 정도 벌면서 고향에서 자유롭게 살았을 텐데.. 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와서 이렇게 생 고생을 했을까..부모님에게도 미안하게..' 이 생각이 육아를 하면서 나의 마음을 가장 많이 괴롭혔다


더욱이 코로나가 터졌을 때 부모님 가게도 어려워졌다. 이때 출산을 해서 산후조리를 위해 친정에 내려갔는데, 친정 아빠랑 많이 부딪쳤다. 친정 아빠가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결혼할 때 돈 한 푼 벌지도 못하고 오히려 우리한테 도움을 받아서 결혼까지 하고 이러니 우리가 이렇게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장사가 안되니 그럴 만도 했지만, 산후 조리하러 온 큰 딸 앞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니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이후 곧바로 서울 집으로 올라와서 혼자 아이를 돌봤다. 5년이 지난 요즘에도 아빠의 말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빠를 원망하진 않는다.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아빠의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나를 더 정신 차리게 했고, 독서과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언젠가 아빠에게 보상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무튼 이런 생각이 나의 육아를 넘어 남편과 아이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책을 통해 나의 내면 아이를 발견했으니, 앞으로 과거의 일들이 생각날 때마다 좋은 음악을 듣거나, 나의 미래 모습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독서와 글쓰기를 즐겁게 하련다.



                    치유의 글쓰기 :  내 마음속의 지우개


육아 글쓰기 중 많이 힘들었지만 끝내고 난 뒤 마음이 가장 홀가분해진 작업! 잠시 잊고 있었지만, 잊고 싶었지만 그 순간의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아프고 힘든 기억들. 그때의 나를 꼭 다시 만나보기 바란다. 아니, 꼭 만나야 한다!


1. 지워버리고 싶은 아픈 기억들


2. 생각만 해도 마음이 힘든 사람들


3. 내 삶에서 후회되는 일들 혹은 사람들



하나씩 나열해놓고 글을 쓴 뒤 그 종이를 바로 찢어 버리거나 삭제한다. 새 종이에 다시 1, 2, 3번 제목을 쓰고 보았을 때 마음이 편안해야 비로소 깨끗이 지워진 것이다. 한꺼번에 빨리 해결하려는 욕심은 버리고 천천히 지워 나가자! 내 인생에 햇살 같은 순간과 사람들을 떠올려보고 그들에게 감사편지도 써보자.


1.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들


2. 내 인생에 소중한 사람들


3. 내 인생에 고마운 사람들



출처 : <엄마가 더 행복해지는 글쓰기 육아, 나는 엄마다> (심소영 저, 길벗)













이전 01화 초보엄마, 글쓰기로 치유받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