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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이의 편지

육아 힐링 글쓰기

by 천지현

지난 토요일, 남편이 아이를 온종일 보는 조건으로 나는 아침에 카페로 향했다. 글쓰기를 하고 장을 보고 집에 잠깐 와보니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지금 중이염이라 약도 먹고 있는데, 내가 없으니 그냥 먹인 것이다. 문제는 날이 추워 집에 계속 있으니 아이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집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다. 아랫집, 윗집에도 미안해서 결국, 오후 3시에 동네 키즈카페로 향했다. 나의 종일 자유권은 날아간 셈이다. 추운 날씨인데도 스타킹을 신고 두꺼운 외투를 입으면 원피스가 안 보인다고 난리.. 휴.. 다섯 살인데 벌써부터 옷 입기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니 나가기도 전에 지치는 것 같았다. 아이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덥석 잡았지만, 솔직히 불편했다. 전라도 사투리로 *애까심. 나도 모르게 ‘애 키우기 정말 힘들다. 내 시간이 없잖아’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며 키즈카페 가는 길에 계속 잔소리를 해댔다.


키즈카페에서는 계속 나랑 놀아달라고 하니 말투 자체가 화난 투로 말을 했다. (다른 부모들과 아이들 앞에서 미안했다.) 이때부터 계속 마음을 다스렸다.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생각하자.' 감사하게도 새봄이는 2시간 외치지 않고 1시간만 이용하고 떼쓰지 않고 키즈카페를 나왔다.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서일까? 새봄이가 예뻐 보였다. 예전보다 말도 잘 듣는 것 같았다. 키즈카페 오는 길에 계속 잔소리했던 내가 미안해졌다.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업었다. 두꺼운 외투 때문에 서로의 온기는 느낄 수 없었지만 새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니 ‘이런 맛에 아이를 키우는구나' 싶었다.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에서는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시 한 편을 소개했는데 내 마음에 꼭 박혔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하게 말하고,

아름다운 눈을 갖고 싶다면

사람들의 장점을 보라


아름다운 몸으로 살고 싶다면,

배고픈 사람과 너의 음식을 나누고...>

-샘 레벤슨 , <세월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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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아이의 장점을 바라보자. 저녁에 세 식구가 모여 티비를 보고 있는데,

새봄이가 편지를 한 장 건네주었다. “엄마, 나 잘 돌봐주셔 감사해요. 앞으로 떼쓰지 않을게요. 나 많이 사랑해

줘서 감사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알 수 없는 글자지만 새봄이는 편지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다섯 살 아이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감동이었다. 나는 새봄이에게 말했다. “새봄아.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아이 때문에 힘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 때문에 인생을 살아갈 힘과 행복을 느끼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 애까심 : 애를 먹이는 일이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네이버 사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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