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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주 Jan 06. 2025

함께 해야 완성되는 것들

2024년 12월 초, 보험상품 안내서 디자인과 인쇄 의뢰가 들어왔다. 안내서가 필요한 날짜는 다음 해 1월 7일이라고 했다. 비교적 여유 있는 일정이라 부담 없이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 완성된 원고는 아니었지만, 일부 초안이라도 작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연말의 고정적인 업무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작업은 A4 12페이지 분량이었다. 보통 이 정도면 과장급 디자이너가 일주일 정도면 해낼 수 있다. 급하게 진행해야 할 경우엔 페이지를 나눠 두 명의 디자이너가 공동작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정이 급하지 않아 한 사람이 자기 스타일대로 진행했다.


혼자 작업하면 디자이너만의 색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함께 작업하면 아무리 스타일을 맞춰도 각자의 개성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메인과 서브 역할을 정하고 작업을 나눈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작업한 뒤, 메인 디자이너가 전체적으로 손을 보며 디자인의 통일성을 유지한다. 그래서 힘들어도 혼자 작업을 선호하는 디자이너가 많다.


나도 예전에는 혼자 작업하는 게 더 편했다. 하지만 혼자만으로는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다른 디자이너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런 변화는 수많은 작업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 덕분에 가능해졌다.


이번 작업은 다행히 과장님 혼자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대신 가지고 있던 다른 작업은 팀원이 맡아야 했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분담은 필수다. 오너로서 직원의 역량을 정확히 알아야 합리적인 스케줄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늘 주시하고, 돌아가는 속사정을 살핀다.




중간에 원고가 바뀌는 일이 있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디자인 시안을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가장 난감한 상황이 바로 디자인 완료 후 원고를 수정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은 전체 프로젝트의 약 50% 정도에서 발생한다. 클라이언트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으려 한다. 하지만 막상 디자인된 결과물을 보고는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럴 때 디자이너는 참을 인(忍)을 수없이 새겨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 원고 확정이 정말 중요하다. 모든 클라이언트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 높은 확률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이번에도 수정 요청이 계속되며 14번째 수정 파일에 이르러서야 심의번호를 받고 디자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편집된 작업물을 매의 눈으로 검토한다. 클라이언트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혹시 놓친 부분이 있을까 봐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인쇄가 끝나면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십 번 반복해서 검토하며 오류를 잡는다. 그렇게 12월 27일 금요일, 클라이언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분명 1월 7일에 필요하다고 했는데, 4일까지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도 일단 알겠다고 했다.


디자인 파일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인쇄 준비를 해야 했다. 먼저 인쇄 부수를 확정해야 했는데, 지방 총국별로 수량이 달라 월요일 오전 10시까지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퇴근 후 인쇄소에 전화를 걸어 일정을 조율했다. 인쇄소는 3교대로 운영되어 야간에도 소통이 가능했다. 부수가 확정되면 당일 오전에 종이를 발주하고, 오후까지 공장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인쇄소 측에서 3교대 근무를 통해 밤새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고, 제본소에도 사정을 설명하며 2일 발송을 요청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주말을 맞이했다.


월요일 아침, 최종 부수가 확정되자마자 종이 발주를 진행했다. 그런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인쇄 기계가 고장 난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쇄소에 다시 전화해 부탁을 전했다. 다행히 인쇄가 잘 마무리되어 12월 31일 오전에 제본소로 입고되었다. 제본소에서는 새해 첫날을 쉬기 전에 작업을 모두 완료해 주었고, 1월 2일 아침, 9개 지국으로 택배 발송을 마쳤다. 이 안내서를 받은 곳에서는 새해부터 영업에 활용할 것이다. 대박나세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작업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심한 노력과 끈질긴 조율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종종 디자인 회사 대표라는 내 모습을 멋지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상 이상의 과정을 거친다. 원고를 확인하고 디자인하며 견적서를 작성하고, 종이를 계산하고, 인쇄와 택배까지 모든 과정을 조율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나 혼자만 잘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 디자이너, 인쇄소 부장님, 제본소 사장님, 택배회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름 모를 택배 기사님까지. 모두가 함께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멀리가려면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나는 늘 공감한다.

'함께'란 각자의 역할을 존중해야 할 수 있다.

그 분야에서의 서로의 강점을 존중해야 목표를 향해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히 결과를 만드는 것을 넘어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짧은 다리로 열심히 발을 굴린다.

‘함께’의 힘을 믿으며.


우리 능력자 디자이너들키움 프린팅 인쇄소 맹부장님, 삼성바인텍 제본소 안사장님, 낭주택배 사장님,

그리고 택배아저씨님들2025년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택배 배송 할 때 종이들이라 무거운건 알겠는데, 조금만 살살배송해주시면 좋겠다.

다 함께 열심히 제작했는데 찢어지거나 젖으면 너무 속상하다. 폐기처분하고 절차가 너무 복잡해진다.)

강원, 부산, 인천, 대전, 울산, 충북, 광주, 전북, 전남 설계사님들이 사용할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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