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사회생활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게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사람이다.
신입일 때, 중간 사수일 때, 관리자일 때, 오너일 때. 각각 상황이 다르고, 풀어내는 방식도 달랐다. 근데 어느 자리에 있든 사람 때문에 어렵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러다 우리 집 도도한 고양이 쿠키와 8년을 함께하면서 나름 정리된 게 있다. 딱 3가지인데, 신기하게도 어느 관계에서나 통했다.
첫째, 처음 보는 사람한테 서두르지 말 것.
쿠키는 낯선 사람이 오면 일단 구석에서 본다. 충분히 파악하고 나서 슬슬 움직이면서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툭툭 쳐본다. 자기한테 해가 될지 파악하다가 괜찮으면 그땐 옆에 툭하고 앉아 있는다.
우리는 너무 자주 상대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관계를 맺으려 한다. 그러다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괜히 서운하고, 혼자 상처받는다. 신입 때 특히 그랬다. 빨리 인정받고 싶어서 서둘렀고, 그만큼 자주 실망했다.
둘째, 집착하지 말 것.
남편은 이 녀석한테 집착한다. 그럴수록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도망간다. 쫓아갈수록 멀어지려고 한다.
반면 이 녀석은 내 침대에 올라올 때 허락을 구하듯이 밑에서 야옹거린다. 그때 내가 침대를 탕탕 쳐주면 강아지처럼 폴짝 뛰어 올라온다. 내게 오는 건 내가 기다렸기 때문이다. 오거나 가거나 크게 강요하지 않는다. 관계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역설적으로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중간관리자가 되고 오너가 되면서 몸으로 마음으로 배운 거다.
셋째, 싫으면 싫다고 할 것.
쿠키는 지 싫으면 밥도 발로 턱턱 긁어놓거나 그냥 자리를 뜬다. 눈치 안 본다. 그게 오히려 관계를 깔끔하게 만든다. 사람 눈치 보느라 참고 참다 터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인간관계를 동전의 양면처럼 구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하는 게 관계를 망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오래 가게 한다.
물론 쿠키는 자기가 원할 땐 내가 대응을 안 해주면 자다가 내 배를 밟고 지나간다. 자다가 헉 소리 내면서 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낮에 실컷 자고 밤에 놀자는 신호를 무시하면 그렇다.
완전 이기적이다.
근데 그것도 허용이 된다.
고양이니까.
그래.
너니까 되는 거지.
어쩌면 우리도 조금은 그래도 되는 거 아닐까.
오늘은 나도 작정하고 밉상짓 하나 했다.
(점심시간에 만둣국 먹으면서 만두피 다 남기고 왔다. 사장님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