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한테 AI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꽤 한다. 계정도 여러 개 결제해 주고, 책도 사서 쟁여놓는다. 이미지도 이젠 딸깍 만들어서 쓰는 시대다. 모르면 도태될 수밖에 없으니까. 요즘은 클라이언트들도 모델 이미지는 만들어서 쓰길 바란다. 시대가 요구하고, 적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나 또한 따라잡느라 매일 노력 중이다. 자고 일어나면 뭐가 그렇게 하나둘씩 바뀌어 있는지. 솔직히 벅차다. 전에는 디자인 툴만 알면 됐는데, 지금은 AI 툴 세 가지는 기본으로 더 얹어 쓴다. 사람이 할 일이 줄었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적용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나한테 이제 AI는 이미지 생성, 콘텐츠 기획, 뉴스레터 발행까지 함께 하는 필수품이 됐다. 보험 상품에 맞는 훅을 잡고 카드뉴스 만드는 것까지,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정리하는 데 AI만 한 게 없다. 사람은 3명인데 6명이 일하는 것처럼 돌리고 있다.
중3이 되면서 갑자기 예고를 가겠다고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예고 입시가 얼마나 치열한 세계인지. 예중부터 차곡차곡 준비한 아이들 사이에서 뒤늦게 뛰어드는 건 터무니없이 무모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고 싶다는데.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밤마다 연필을 정성껏 수십 자루씩 깎았다. 수백만 원이 넘는 학원비도 결제하고, 일하는 도중에도 시간 맞춰 셔틀도 뛰었다. 아무리 회사 대표라도 자식 앞에서는 다 해주고 싶은 엄마니까.
연필을 깎으면서 늘 하는 생각이었다. 예중 3년, 예고 3년, 대학 4년.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을 만큼 배우고 나와도, 현장에서 실무는 다시 배워야 하는데. 딸한텐 그림 그리라고 연필 깎아주고 있네. 내가 걸어온 길을 또 걸어가게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며 AI를 다루다가, 밤에 연필심으로 까매지는 손을 보면서.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중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 딸아이는 예고 진학을 포기했다. 요즘 아이는 참 행복해 보인다. 고등학생이니 공부가 힘들긴 하겠지만, 그림 그리러 다닐 때 여기저기 아프다며 힘들어하던 모습은 이제 없다. 사실 지가 하고 싶어서 해놓고 힘들다고 투정 부릴 땐 쥐어박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녀석이 오빠와는 다르게 알아서 일어나고, 셔틀 없이 혼자 척척 다니는 모습이 요즘 기껍다. 그저 아이가 앞으로의 시대에 맞게, 자신에게 꼭 맞는 일을 다시금 잘 찾아내길 바라고 응원한다.
그나저나 나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으려나.
제주도에 사는 디자이너가 나보고 60, 70, 80대까지 할 수 있을거라고 하던데.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