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경과 공간이 주는 힘.
거실 서재를 만든 지 어느덧 9년 차.
책장을 기준으로 조금씩 변화를 거쳐 지금의 거실 서재가 만들어졌다. 2016년에 구매한 책장은 두 번의 이사를 거치며 1열 추가해 그대로 사용 중이다. 여전히 위쪽은 나와 남편의 책, 아래쪽은 아이들 그림책으로 채워져 있는 책장.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존재하는 듯하지만, 남겨진 책, 새로 들인 책, 떠나보내는 책들로 분주히 변화한다.
거실에서 가장 부피가 크고 눈에 띄는 것이 책장이라, 책의 배열과 정리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변화한 부분도 있다. 소파를 바꾸고 커다란 테이블을 들인 것. 함께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스터디카페, 북카페 같은 공간이 되었다.
공식적인 TV 자리에 자리 잡은 사이드보드에는 턴테이블과 스피커를 두고 LP와 CD들을 수납해 음악 공간을 만들었다. 간간이 빔프로젝터로 하얀 벽에 큰 화면을 띄우고 영화를 관람해 TV 없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거실 서재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자연과의 연결성이었다.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고 자연과도 가까운 1층을 고집했다. 거실 창밖의 나무 뷰가 이 집을 선택한 이유다. 모과나무와 벚나무, 은행나무, 살구나무 덕분에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거실. (작년엔 모과가 많이 떨어져서 모과청을 담갔다. 뜻밖의 수확!) 청설모와 새, 고양이, 나비들을 집에서도 볼 수 있는 행복을 누리는 중이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식물들을 두었더니 실내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자연과 연결된 기분이 든다.
책을 읽다 눈을 돌리면 푸른 초록빛이 편안한 쉼이 되어주는 곳.
내가 살고 싶은 생활 방식을 그대로 구현한 게 지금의 거실 서재다.
가족이 다 함께 거실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기에 좋아하는 요소를 다 갖추고 싶었다.
바람에 살랑이는 무성한 나뭇잎이 보이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책을 읽고 싶어지는 그런 공간. 인위적이지 않은 우디향과 책 냄새가 나는 곳. 저녁엔 따뜻한 조명들이 노란빛을 밝히는 아늑한 공간으로.
가족과 손님들, 누구든 언제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거실 서재.
TV가 없어서 늘 다채로운 대화가 오가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티타임을 즐기고, 각자 책을 고르고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다.
거실 서재에서 함께 읽은 책들이 우리 가족을 성장시켰다. 책과 함께 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좋은 환경과 공간이 주는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미래의 아이들과 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또 어떤 책들로, 추억들로 채워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