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하고 아름다운 우리집 작은 도서관.
집 안 구석구석 정리하고 가꾸길 좋아하지만 좀처럼 하지 않는 게 있다.
그건 바로 가구의 배치를 바꾸는 것.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배치에 가구들이 자리를 잡으면, 이사하기 전까지 자리를 옮기는 일이 드물다.
아주 가끔 한번 바꿔볼까 싶은 날이 있는데, 최근에 그날이 왔다.
아이들 방 창가를 바라보다 불현듯 떠오른 이미지들이 마음을 뒤흔들었고, 이미지들을 스케치해 보니 이거 괜찮겠다 싶었다. 빨리 바꿔보고 싶은 마음을 몸이 따라주지 않아 며칠을 미루고 미루던 어느 날, 방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큰 테이블을 눕히고 세워서 옮기는 괴력을 발휘했다.
일단 가장 큰 테이블을 옮기고 나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사실 옮긴 가구는 테이블과 의자뿐이다.) 마주 보고 있는 두 방의 배치를 바꾸는 작업인데, 방마다 있는 책장에 꽂힌 책들을 전부 꺼내 산처럼 쌓아두고 처분할 책과 남길 책을 구분했다. 하나하나 재배열하며 책을 정리하는데,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이렇게 재밌을 수가. 그동안 안 하고 어떻게 참았을까.
이건 큰 창밖으로 보이는 목련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다.
아이들 책과 빈백만 두고 아이들이 편하게 책만 보던 공간이었는데, 낮은 빈백에 앉으면 창가를 올려다볼 일이 없었다. 게다가 유아기를 벗어나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빈백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테이블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책을 보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글도 쓰고 그림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에 시기도 적절했다.
편하게 빈백에서 책을 보는 공간은 더 아늑한 작은방으로 옮기고, 백만불짜리 나무뷰를 살려 테이블을 배치해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처분한 책들 자리에 내 책들도 가져다 놓고, 창가에 식물들도 옮겨놓았다. 조명까지 배치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상상 이상으로 예쁜 공간이 되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아침에 햇살이 듬뿍 들어오는 방이라 요즘은 여기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창문을 열고 바람에 흔들리는 목련잎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아침 공기와 햇살, 파란 하늘, 목련의 색을 기억해 두고 싶었다. 너무 눈부시게 반짝여서 잘 기록해 두었다가 겨울에 꺼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늑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작은 도서관. 아이들과 공유하는 서재 겸 작업실.
이번 경험이 만족스러워서, 앞으로도 종종 배치를 바꿔볼 것 같다. 하지만, 이 공간은 계속 이대로 두고 싶어. (내가 하고 내가 반했다)
당분간은 여기에 머물면서 충분히 기쁨을 만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