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창작은 고통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고, 즐거움이다.
창작의 고통이라 하지 않았던가.
예술가들이 밤을 새워가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아이들의 세계엔 적용되지 않는다.
아이들 머릿속엔 매일 창작하라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뿜어내는 마법의 모자가 있는 게 분명하다.
책을 읽다가, 피아노를 치다가, 놀다가, 대화하다가,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머리 위로 느낌표가 뿅(!) 나타나면서 눈을 반짝이며 창작의 세계로 빠져드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일찌감치, 당연하다는 듯이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손수 만든 책들은 벌써 수십 권이다. (미완성 작품들도 꽤 많다)
꼬마 작가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창작하는데, 생활 속 여기저기에서 영감을 받는 듯했다.
둘째 지수는 유치원에 다닐 무렵, 집 앞에 있는 파스타집의 까르보나라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다녀온 날이면 꼭 책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오랜만에 간 파스타집이 철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더랬다.
그 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지수.
집에 돌아와 파스타집에 작별을 고하는 눈물범벅 책을 만들었다.
지수의 첫 시리즈물이었다. (강제 완결된)
4학년이 된 첫째 지우는 책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대본을 쓰는 것도 좋아해서 작년 크리스마스 땐 집에 오신 산타할아버지 앞에서 창작 공연도 선보였다.
내 생일이면 글과 그림으로 가득 찬 사랑 책을 만들어 주는데, 앞으로도 이보다 더 감동적인 선물은 없을 것 같다.
정성껏 꾹꾹 눌러쓴 글씨, 나를 꼭 닮은 그림에 배경까지 따뜻하게 색을 입힌 세상에 하나뿐인 책 선물.
나의 보물이다.
글 쓰는 것도 그림 그리는 것도 거침없는 아이들의 손짓엔 머뭇거림이 없다.
생각한 대로 망설임 없이 나아가는 작은 손.
완벽하지 않은 튀어나온 선들과, 틀린 맞춤법이 한없이 사랑스러울 나이.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고 놀 때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천진난만하게 쓰고 그리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라는 영화 <인사이드아웃 2>의 기쁨이 대사가 가슴에 깊이 박혔다.
엄마가 집에 놀러 오시면 “지우지수 덕분에 많이 웃는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아이들이 있어야 웃을 일이 많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어른이 되어 작아졌던 기쁨이가, 아이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매일 창작 활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꾸준함을 배운다.
아이에게 창작은 고통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고, 즐거움이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의 창작물을 소중히 모으는 것.
열렬한 독자이자 1호 팬으로서 한 권도 빠짐없이 영구 소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