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이어온 수면 루틴.
잠자리 독서는 첫째가 태명 ‘대박이’로 불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 10년이 넘게 이어온 수면 루틴이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수면등을 켜고 그날 빌린 책들과 아이들이 각자 골라 온 책들을 읽어준다.
아이들 사이에 꼭 붙어 누워 책을 읽다 함께 잠들던 10년이 지나고 2024년 5월 7일, 마침내 잠자리 독립에 성공했다. 둘째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자고 있다) 어느 날 대뜸 ‘오늘부터 혼자 잘게요 약속해요’라고 적힌 쪽지를 건네더니 그날부터 신기하게 잘 잔다. 아이들도 뿌듯한지 신이 나서 <잠자리 독립 이야기> 책도 만들고 케이크를 사서 축하 파티도 했다.
잠자리 독립 후 아이들 침실에서 책을 읽어주고 굿나잇 키스를 마구 날린 후 방을 나서는데 기분이 묘했다. 아이들이 아직 엄마랑 자고 싶어 한다는 핑계로 계속 잠자리 독립을 미룬 건 오히려 나였을지도. 아이들이 더 이상 오지 않게 되자, 허전한 마음에 새벽에 깨면 아이들 침대로 슬쩍 가서 한 번씩 끌어안곤 했다. 두 아이를 모유수유하며 잠 못 이루던 날들엔 언제 마음 편히 푹 자볼까 싶었는데, 힘들었던 시절은 금세 잊히고 그리움만 남았다.
하루 종일 놀아도 놀 시간이 부족하다는 아이들은 밤을 가장 싫어하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 싫어서라고. 잘 시간도 아까운 것이다. (‘꿈나라에서 신나게 놀면 되지’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늦게 잘 수 있으니 계속 ‘딱 한 권만 더!’를 외치는 것 같다.
목이 아프거나 피곤한 날엔 '이제 그만 읽고 자자'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그럴 때면 첫째가 나선다. “내가 지수 책 읽어줄래!” 정말로 자기 싫어하는구나... 나와 달리 피곤함이라곤 눈곱만큼도 묻지 않은, 꾀꼬리 같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 대화문은 둘이 번갈아 가며 우스꽝스럽게 읽고는 까르르 한바탕 웃느라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는다. 그러는 동안 잠은 더 멀리 달아나 버린다.
여행을 갈 때도 예외는 없다. 위탁 수화물 캐리어에 한가득 실린 책 때문에 무게가 초과하여 공항에서 캐리어를 열고 책을 꺼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늦게까지 놀고 피곤해도 한 권이라도 책을 읽어야 잠이 드는 아이들 덕분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자’라는 나의 바람에 꾸준한 잠자리 독서가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바쁜 와중에 책 읽어주기에 동참한 남편의 공도 크다.
꾸준히 운동해서 지치지 않는 아이들에게 버금가는 체력을 만들 것이다.
최대한 오래 이어 나가고 싶다.
지금이 그리워질 날이 머지않았음을 알기에.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