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취향을 찾는 여정.
삶은 취향을 찾아가고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취향은 혈액형처럼 태어날 때부터 확고히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시기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아마도 평생 ‘내 취향은 이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공간이 생긴 이래로 인테리어 취향도 무수히 많은 변화를 겪었다.
결혼 전 자취 시절엔 식물을 가꿀 자신이 없어 조화를 사들여 집을 꾸몄고, 수집한 예쁜 유리병이나 틴케이스 소품들을 늘여놓기도 했다. 방 전체를 연둣빛으로 페인트를 칠한 적도 있고, 심지어 침구와 커튼이 온통 핑크색일 때도 있었다. 화이트 인테리어에도 잠시 기웃거리다, 질리지 않고 오래 쓰는 가구들이 우드임을 깨닫고, 지금은 가구를 전부 우드로 통일했다.
<심플하게 산다>를 읽고는 한동안 미니멀라이프에 심취해 관련 서적을 읽으며 멀쩡한 물건들을 전부 벼룩하고 비우기에 열중했었다.
책 외엔 심플하게 비우고 살고자 했었는데 어째 점점 채워져 가고 있다.
욕망을 다스리기가 이렇게 어렵다.
책이야말로 취향을 단정 짓기 어렵다.
유일하게 미니멀을 애초에 포기한 책들은 비우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가는데, 새로운 취향이 추가됨에 따라 분야가 다양해진다.
커피에 빠졌을 땐 커피 관련 책들을 섭렵하고, 아이가 생기자 육아서를 끊임없이 사들였다.
기본적으로는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긴 호흡의 소설책이 좋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무조건 사야 하고,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는 책은 중고 서점을 뒤져서라도 구하고야 만다. 헤르만 헤세, 프랑수아즈 사강, 알랭 드 보통,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다.
음악은 다양하게 듣지만, 매일 듣는 건 클래식이다.
클래식 FM 라디오를 들으며 아침을 연다. 고등학생 때는 윤디 리의 쇼팽 콩쿠르 파이널 무대에 빠져 셀 수 없이 들었고, 조성진의 쇼팽 리사이틀은 이틀 연속 가서 사인까지 받았다. 어릴 적부터 팬이던 임동혁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직접 들었을 땐 너무 좋아 소름이 끼쳤다.
어릴 적, 엄마가 자기 전에 항상 클래식 CD를 틀어주셨는데 그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때 들었던 곡들은 지금도 좋아한다.
변치 않을 한 가지 취향은 ‘자연’이다. 하늘과 산, 나무, 꽃, 바다는 갈수록 더 좋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시야에 오래 머문다.
식물을 곁에 두고 가꾸는 일에도 제법 능숙해졌다. 부지런히 싹을 올리는 식물을 보면서 할머니가 되어서도 식물을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앞으로 취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식물을 돌보고 우드 인테리어의 집에서 책을 사는 속도를 부지런히 따라잡으려 읽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