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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연희 Aug 29. 2024

새벽

내일도 기꺼이 새벽을 즐기기 위해 일어날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고요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에 시달리며 미라클 모닝은 철저히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오히려 아이가 잘 때 같이 잠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버티다, 아이가 잠들면 졸린 눈을 비벼가며 내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잠드는 날이 많았다. 같이 잠들기라도 하면 야근하다 아침이 되어 바로 출근하는 회사원에 빙의해 퇴근 없는 육아에 대한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늘 아침에 피곤하니 올빼미형 인간이라고 확신했다. 

늦게 자고 잠이 부족하니 아침에 피곤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느꼈지만, 새벽 기상은 어려운 관문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도 그처럼 새벽에 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누가 자꾸 알람을 끄는 건지. (당연히 나다) 

한두 번 성공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새벽형 인간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 새벽 기상의 문을 열어주었다. 


매일의 기상 루틴은 이러하다. 

5시 50분에 일어나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들고 우리 집 작은 도서관으로 향한다. 

창을 열어 환기한다. (새벽 공기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 

플로어 조명과 향초만 켜고, 새소리를 들으며 6시부터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다. 

(생각의 흐름대로, 손 가는 대로 글을 써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명상이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된다) 

모닝 페이지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 그 후엔 책을 읽는다. 


6시 30분엔 빗자루로 아파트 현관을 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6시 45분-7시 사이에 아침잠 없는 지우가 깨서 방으로 들어온다. (알람이 필요 없는 인간 알람 시계다) 

같이 책을 읽다 7시 30분이 되면 지수를 깨우고 등교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면 집을 정리하고 청소를 끝낸 후, 사과를 먹고 커피를 내린 다음, 주로 통밀빵에 크림치즈를 발라 아침을 해결한다. 

오전에 운동하고 샤워 후 깨끗한 집으로 돌아오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있다. 


글로 머리에 든 생각을 쏟아내고 운동으로 땀을 빼고 나면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걸 깨닫자 더 이상 새벽 기상이 힘들지 않았다. 

조금씩 기상 시간을 당겨 5시에 일어나 10시 전에 잠드는 것이 목표다. 

오전에 집중해서 중요한 일들을 끝내놓고 오후는 아이들과 느긋하게 보내는 생활 패턴이 만족스럽다. 

오늘은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내일도 기꺼이 새벽을 즐기기 위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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