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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연희 Aug 30. 2024

커피

커피는 최고의 독서 메이트다.


남편과 나는 커피 애호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은 매일 마시다 보니 습관이 된 거라고 한다. 커피 맛의 차이에도 둔감하다. 

내가 내려준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는 하는데 원두가 바뀌어도 잘 모른다. 

새로 산 원두의 향이 끝내줄 때 같이 감격하고 싶은데 반응이 영 미지근하다. 


“여보, 이번 원두 향 너무 좋지 않아? 감동이야!!”(호들갑) 

“그런가? 자기가 내려준 건 다 맛있는데.”(무덤덤) 


이런 식이다. 그래도 맛있다고 하는 게 어디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커피가 취미다. 

커피를 내릴 생각에 아침부터 설레는 사람. 

건강에 좋다면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논란이 많다. 

아무래도 고카페인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최대 두 잔으로 섭취량을 제한했다. 

모닝커피 한 잔만 마시고, 가끔 이른 오후에도 한 잔씩 마신다. 

하루에 한두 잔만 마시다 보니 커피 내리는 시간은 더욱 소중해졌다. 


신혼 초 편하게 즐기던 베트남 블랙커피 G7을 거쳐 일리 캡슐커피, 드립커피에 차례로 빠졌고, 브레빌 커피머신을 들이면서 진한 에스프레소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달달한 게 당길 땐 아인슈페너를 만든다. 

캠핑 가서는 드립커피, 프렌치프레스를 거쳐 모카포트로 정착해 내려 마시고 있다. 

보글보글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커피 관련 책을 읽으며 글로 배우고, 유튜브로 배우고, 카페에서 바리스타에게 원데이 클래스로 직접 배워가며 열정을 불태웠다. 이때 배웠던 핸드드립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커피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케멕스와 하리오의 우드 드리퍼 같은 아름다운 추출 도구들에도 빠져들었다. 

원두를 갈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린싱하고, 뜸들이고, 천천히 물을 붓고, 잔을 고르고 마시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커피는 최고의 독서 메이트다. 

아침마다 커피에 통밀빵을 먹으며 책을 읽고, 밖에서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 보니 언젠가부터 독서대 옆에 커피가 없으면 허전하다. 

조금씩 호로록 마시면서 읽어야 제맛이지! 

커피에 또 디저트가 빠지면 서운하다. 그러고 보니 커피만 단독으로 마시는 경우는 드물다. 빵을 다 먹었는데 커피가 남으면 쿠키라도 곁들여야 한다. 


‘커피’ 하면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가 떠오른다. 

하루 5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며 15시간씩 글을 썼다는 그는, 드립식 커피인 뒤 벨로이 방식으로 필터를 써서 내린 진한 커피를 좋아했다고 한다. 

좋은 원두를 공수해 직접 블렌딩한 커피를 즐긴 발자크가 솜씨 좋게 내렸을 커피를 상상하면 숙연해진다. 그를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껏 커피를 내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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