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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연희 Sep 01. 2024

캠핑

더 많은 날을 자연 속에서 함께 보내고 싶다.


2020년 4월 11일. 첫 캠핑을 시작한 날이다. 

준비할 게 너무 많아 미루기만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좋아하는 여행을 못 가게 되자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만 4년 동안 수많은 캠핑장을 오가며 시행착오 끝에 취향을 찾고 지금의 몇 가지 텐트와 용품들로 정착했다. (초기엔 한창 감성 캠핑에 빠져서 집에 있는 커다란 스피커도 들고 다녔다…) 한겨울을 제외하고 매달, 여름엔 매주 다니다 보니 텐트가 제2의 집처럼 느껴진다. 


시작이 어렵지, 일단 해보면 하기 전과는 다른 삶이 펼쳐진다. 

새소리에 새벽 네 시 반에 눈이 떠지고 해가 지면 아이들과 함께 잠드는 하루. 

도심과 멀어지니 자연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 


각종 벌레들과도 친해진다. 

아이들은 맨손으로 개구리며 지렁이, 온갖 벌레들을 다 잡고 다닌다. (나한테 잡아달라고 안 해서 다행이다) 

계곡에선 흐르는 물소리, 바다에선 파도 소리, 숲에선 풀벌레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어준다. 


비가 오면 텐트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실컷 물놀이하고 샤워한 후 나무 그늘에서 책도 읽고, 밤하늘 높이 떠 있는 별과 달 사이로 연날리기도 한다. 

갓 지은 냄비 밥과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는 또 얼마나 맛있는지. 삼시 세끼가 소중해진다. 


아이들 잠자리 독립 후, 캠핑을 더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다 함께 꼭 붙어 잘 수 있으니까. 

옛날이야기도 들려주고 스무고개 놀이도 하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들어 있다. (엉덩이 탐정이 얼굴로 방귀 뀌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 걸 좋아한다. 남편은 똥방귀 이야기 지어내기의 달인이다) 


금방 친해지는 아이들은 캠핑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하루 종일 노느라 밥 먹을 때, 잠잘 때만 텐트로 오는 날이 많아졌다. 덕분에 조용히 책을 읽을 시간도 많아졌는데, 집에서는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아 며칠을 붙잡고 있던 책도 캠핑장에선 술술 읽혀 하루 만에 완독 하기도 한다. 

바람을 맞으며 나무에 둘러싸인 공기 좋은 곳에서 읽으니, 집중도 잘 되는 듯하다. 


캠핑 가서 읽을 책을 고를 때는 더 신중해진다. 

장소와 어울리는 책을 고르기도 하고 계절과 날씨에 어울리는 책을 고르기도 하며 기분 좋은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골라 읽은 책들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문장을 읽음과 동시에 들리는 산새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 온몸으로 느껴지는 사방의 푸르름과 산들바람에 실려 오는 풀 내음이 함께 기억되어서일 것이다. 


캠핑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가족이 모두 캠핑을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더 많은 날을 자연 속에서 함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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