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주는 당부

by 한지원

내가 사는 마을 앞 승강장에서 어디서 낯이 많이 익은 학생이 버스에 올라탓다.
그 친구도 나를 보고 흠칫 놀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자세히 보니 우리 아들놈이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을 반을 가렸으니, 저놈이 내 아들인지, 이놈이 내 아들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물론 집사람이 이 사실을 알면 나에게 제 자식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덜 떨어진 인간이라고 할 테지만...
무릇 여자는 일 킬로미터 전방의 사람 실루엣만 봐도 옛날 애인인지, 지금 같이 사는 원수인지 알아본다고 하더구먼...
하여간 아들놈이 버스에 오르자마자 단말기에 카드를 척 갖다 대었다. 즉시 '안녕하세요' 단말기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단말기 응대음이 다르다. 일반은 '감사합니다' , 청소년은 '안녕하세요', 어린이는'반갑습니다'이다. 그래서 소리만 들어도 누구가 버스에 승차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아빠 왈
"아들아! 아빠가 운전하는 버스인데 요금을 꼭 내야 되겠니?"
아들 왈 "이 버스가 아빠 꺼는 아니잖아! 그리고 나를 남들과 똑같이 대해줘! "
나는 가능한 어린 학생에게도 경어를 쓰려고 노력 중이다. 혹시 아들놈이 이 사실을 알고 설마 자기한테도 경어 쓰라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웃긴 놈일세...

나는 시골로 이사 오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으려 노력했다. 그중에 아이들의 교육 문제는 아직도 가끔씩 후회하는 항목 중 하나임을 고백한다.
도시에서 24시간이 모자라도록 학력보충을 위해 학원으로 다니는 애들... 가식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이야기 하지만, 결국 결과로는 명문대 입학과 졸업, 그리고 대기업 취업,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이라는 묵시적 인정...
물론, 내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할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로 남들보다 앞서서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못 마련한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요즘 공정사회에 대하여 여러 사람들이 부르짖고 있지만, 내 자식은 예외라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자신의 DNA를 후대에 보존시키는 것이 이 세상 모든 생명체들의 존재 이유라고 한다. 자신의 후손이 험난한 세상에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남들보다 좋은 조건도 같이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니 인간들이 물불 안 가리고 남의 돈과 권력을 빼으려고 노력하지! 이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던데...

아들아! 너는 내 것, 네 것 가릴 줄 아는 사람으로 크면 좋겠다.
아들아! 너는 염치를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아들아! 아빠는 네가 '너보다 약한 자를 보살피는 사람' 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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