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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산의 버스기사 입니다.4편
26화
대통령 투표
by
한지원
Apr 22. 2022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2~3일 사이에 깜깜한 터널을 통과한 느낌입니다.
제가 원했던 후보는 낙선하였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던 후보는 당당히 당선되었습니다.
제 온라인(on-line) 주변에 계시는 분들은 거의 1번을 선택하였고, 저도 밭갈이를 하느라 버스를 타시는 시골 어르신들에게 "1번을 찍으시라"는 버스기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위계에 의한 강요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2번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저하고 정치적 성향이 다른 분들이 이렇게 많은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충북 괴산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괴산군내에 하나밖에 없는 시골버스회사입니다. 기사들은 거의 모두 나이가 60대에 들어선 남성들이
며,
승객들도 70~80대의 시골 어르신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조건을 나열하면 여러분 머릿속에 어떤 함수가 그려지시나요?
충청도, 60~70대, 산골 노인들...
이제와 생각해보니 제 주변은 온통 2번이었습니다. 저만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니, 저만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1번의 당선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 이유는 후보자들의 삶의 배경과 살아온 과정 등을 보았을 때, 2번보다는 1번이 약자를 배려할 확률이 많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2번의 당선을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당선자의 권력과 부를 나누어 갖고자 열망하는 부류, 혹은 2번 후보자 전 직장의 캐비닛이 두려웠던 사람들...
그리고 홧김에 서방질하는 이삼십 대 남자들, 무료 전철 승차권과 국고를 거덜 낸다는 노령연금, 복지관의 노인을 위한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어르신들...
이분들의 간절한 소망이 2번으로 표출되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안타까운 일은 후자의 두 부류가 사회적 약자로서 1번 후보의 정책이 오히려 절실한 사람들이었지만, 2번을 선택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로써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의 업이 될 것입니다.
'약자를 도우라!'는 신의 대명제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경쟁에서 판가름되었듯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적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몇몇 귀족들의 호사스러운
생활은, 고통스러운 삶을 한평생
영위한 노비나, 평민의 착취라는 역사적 사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소수의 기득권을 위한 정치는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이란 유기체는 결코 파국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달도 차면 기울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모였던 에너지도 낮은 쪽으로 흩어질 것입니다. 누구도 한 치 앞의 미래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일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혹시, 누가 알겠습니까? 개과천선 할는지!
오늘은 수안보를 오가는 노선입니다.
귀에 꽂은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마음이 어지러운 저에게 현자(賢者)는 이야기합니다.
"Let it be"
https://youtu.be/5__EYzhYa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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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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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
저자
1964년생. 2010년 충북 괴산으로 귀농(표고버섯재배 농부). 2019년 아성교통입사(시골버스기사). 2023년 경기고속입사(고속버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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