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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언론

by 한지원

저는 충청북도 괴산 산골에서 시골버스를 몰고 다니는 촌부(村夫)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라곤 시골마을 곳곳을 버스를 몰고 다니며 노인들이나 학생을 수송하는 일이 제 업무의 전부입니다.

고도(高度)의 합리적 판단을 요하는 일이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도 아니며, 머리카락이 빠지도록 머리를 쓸 일도 없습니다. 그저 운전이나 하면서 운행 중 일어난 에피소드를 따뜻하고 재미있게 페북에 올리는 소소한 취미 생활이 전부인 시골 버스기사입니다.

그러나 요즘 외람되게도 국가의 앞날이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이 가끔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저희 자식들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역사적으로 민초(民草)들의 나라에 대한 걱정은 혁명이나 난(亂)을 불러왔습니다.

조선말 동학혁명. 일제 치하의 삼일운동, 독재정권하의 4.19, 5.18 광주항쟁 등...

정권을 차지한 부도덕한 세력들에 대한 민중들의 항거가 행동으로 보인 사건들입니다.

이런 민중(民衆)들의 집단행동을 진압하기 위하여 소수의 집권층들은 무자비하고 잔인한 탄압을 하였습니다. 양아치들이나 폭력조직들이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하여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듯이...

폭력진압은 소수의 집권층들이 다수의 민중들에게 자신의 치졸한 통치행위에 대한 어떠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해명을 하지 못하니 오롯이 잔인한 폭력으로 인간의 인권을 짓밟으며 민중들을 입막음하였던 것입니다. 결과로써 다수의 민중들은 억울한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국가를 운영함에 집권한 사람들은 반듯이 국정에 대한 본인들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은 일정 부분 공익에 양보하여야 하며, 자신을 따르는 국민들을 위하여도 개인적인 이익과 본인의 안위는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함에 치열한 토론과 합리적 사고, 논리적인 전개를 필요로 합니다. 전문가들이 평생을 연구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제를 행정 책임자들과 의논하고 다듬어 오류를 최소화한 정책으로 만들어 최고 권력자에게 보고하고 재가(裁可)를 받는 것이 당연한 프로세스일 겁니다.

그 결정 과정에서 최고 권력자의 사심이나 주변의 정제되지 않은 의견이 끼어든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해가 동반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최고 권력자의 개인적인 사심이 국가의 재정을 어떻게 거덜 냈으며, 주술과 무속에 심취한 한 여인의 독단적 조언에 의해 대통령의 연설문 내용이 바뀌는 것과 국정이 농단당하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민초들의 걱정과 분노는 격앙된 감정에 휩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이 무고한 민초들의 희생 없이 질서 있고 성과 있게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적 상황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의 단점만을 모아놓은 정부가 출범한다는 우려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버스 승객 중에 2번을 찍었다고 하신 분들의 2번 선택의 이유를 들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 60대 아주머니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가격이 오른 아파트와 덩달아 오른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불만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혹시 갖고 계신 부동산에 대하여 여쭈어 보니 지금 살고 계신 20평짜리 시골집이 전부라고...

두 번째 50대 아주머니는 이재명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이 아주 비도덕적이라고 거품은 물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당선인의 부인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와 이력 부풀리기로 불법적인 취업에 대하여 물어보니,

주가조작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고, 이력 부풀리기는 돋보이려고 한 것일 뿐 불법도 아니고, 또 본인이 직접 사과를 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제게 되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무엇이 그분들의 귀와 눈을 막은 걸까요?

밥만 드시고 화장실은 안 가시는 분들일까요?

좀 더 심층적인 토론을 하고도 싶었지만,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찌 되었건 저는 그분 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약육강식의 사회, 악이 선을 지배하는 사회, 즉 '약자는 곧 패배자'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사회로 회귀할 가망성이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저의 아이들에게 약자를 보살피는 당당한 삶을 살라고 주장했던 못난 아비의 애끓는 심정이 저의 밤잠을 설치게 합니다. 저의 순진했던 교육방법에 대한 회한(悔恨)도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암울한 미래를 힘없는 아빠가 만들어 놓은 것 같아서 참담한 저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포털과 신문지상을 뒤덮은 사진을 공유합니다.

이 사진을 보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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