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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원 Aug 20. 2023

철면피(鐵面皮)

0.127t, 0.254t...


 두께를 나타내는 말이다.

영어 단어(thickness)의 앞자리 t를 숫자 뒤에 붙여 금속 판재나 롤(roll)재의 두께 규격을 위와 같이 표시한다. 보통 책상머리에만 앉아서 업무를 보던 사람이 아니라면, 저 정도의 상식은 모두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예같이 소수점 밑으로 숫자가 한참 더 붙은 것에 대하여 이해가 안 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지금 예를 들은 숫자는 반도체 리드 프레임(lead frame)의 규격을 나타내다 보니, 그 제품을 개발한 서양에서 사용하는 인치(inch, 1"=25.4mm)라는 미국 단위계를 국제단위인 SI(international system of units)단위로 환산하여 생기는 현상이니 비중을 크게 안 두셔도 될 듯 싶다.


 반도체 리드 프레임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얇은 두께를 갖고 있으면서, 반도체에 필요한 전력공급 및 빠르고 정확한 전기 신호전달, 발생한 열의 신속한 방출 등이 중요하다.

 결국 반도체 내부와 외부의 연결을 밀접하게 하는 것이 리드 프레임의 핵심적인 역할인 것이다.

 사람도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 변화까지도 외부에 알리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의 가죽, 즉 피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열이 난다거나, 벌레에 물렸을 때도 벌겋게 피부가 변한다. 특히, 얼굴은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했거나, 창피한 일을 당했을 때도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그런데 금속하고 사람의 피부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금속은 만들어질 때 한 번 정해진 두께가 폐기처분 전까지 변하지 않지만, 사람 얼굴 피부의 두께는 나이에 따라 변한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피부를 보면, 그 두께가 얇디얇다 못해 투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람마다 성장환경에 따라 변화의 크기는 다르지만, 유년기를 지나고, 성인이 되면서 얼굴의 두께가 점층적으로 조금씩 두꺼워진다.

 두꺼워진 얼굴 피부는 금방 탄로가 날 거짓말을 해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도록 방어막을 구축한다.

 이 현상이 아주 심한 부류가 있다.

 도무지 이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얼굴인지 철판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이 부류의 인간들의 피부는 제대로 수행해야 할 기능을 잊은 지 오래다. 피부가 외기와 접촉하여 내부 상태를 표현하는 기능을....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자동차도 생산할 수 있는 철판을, 그것도 고장력(hypertonia, 高張力) 철판을 얼굴에 두르고

있는 자가 있다.

 그런자가 대통령을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에게 기억력이나, 청력 테스트를 한다.  아닌걸 맞다고 우기거나, 온 나라를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하여 주변국에 막 퍼준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일을 자행하고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한다. 심지어 그 말을 믿는 국민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저러구 살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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