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읍내에 있는 괴산고등학교가 방학을 하는 날이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어젯밤에 아들놈에게 들었다.
아주 기쁜 목소리의...
괴고 3학년 아들놈.
고3을 둔 가정이라면 집에서는 숨소리도 크게 내어서도 안 되고, 발걸음도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 다녀야 한다고 하더구먼...
우리 집은 아빠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집에 있는 고3의 존재를 가끔씩 잊어버릴 때가 있다.
한 편으로는 조바심 내지 않는 녀석이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너무 느긋한 아들이 불안해 보이기도...
오전에 한 친구가 버스에 승차하였다.
여학생이었는데, 자기 몸집만 한 여행용 가방과 배낭, 그리고 여름용 홑이불 비닐팩 까지...
척 보고도 기숙사에서 퇴사한다고 느낄만한 증거품을 한 아름 안고 버스에 올랐다.
낑낑거리면서 타는 것이 안돼 보여...
"학생 들어 드릴까?"
"...."
기사 아저씨 말은 귓등으로 듣는지, 미안해서 그랬는지 대꾸도 없이 씩씩하게 버스에 올라 요금 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 녀석 참!'
아직 얼굴에 솜털이 뽀시시 한 것이 앳되어 보이지만, 당찬 기운이 얼굴에 흐른다.
학교 앞에서 승차하여, 마을을 몇 개 지났다.
정차 벨 소리가 들려 버스를 세우고 문을 열어주고 사이드미러로 뒷문을 모니터 하는데, 사람은 안 보이고 왠 짐 덩어리가 하차하는 것이 보였다.
그 학생이다.
오전 운행을 마치고 오전에 오가던 노선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다시 운행을 하였다. 짐덩어리가 내리던 마을을 지나는데, 바로 그 여학생이 버스에 올랐다.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 중년의 여성과 함께...
혼자서는 거동하기 힘들 것 같은 장애인 여성이었다.
"어른 한 분과 학생 하나요!"
버스 뒤로 가서 둘이 나란히 앉았다.
시끄러운 버스 내 소음에 묻혀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조용히 웃는 모습에 둘만의 행복한 대화가 오가고 있음은 확실했다. 기숙사에서 일주일 만에 돌아온 모녀의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 시골버스기사는 궁금했지만, 주책맞게 물어볼 수도 없고... 흐. 흐(시골버스 기사의 음흉한 웃는 소리)
몸이 많이 불편한 엄마는 딸이 기숙사에서 돌아오기를 일주일 내내 기다렸다.
딸이 집으로 돌아오는 그날은 그 엄마의 유일한 외출일 이었으리라... 어린 여학생은 집에 기숙사의 흔적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엄마의 손을 잡고 괴산 읍내로 엄마와의 외출은 한다.
행여 버스에서 넘어질세라 힘주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조심스레 버스 발판을 내려섰다. 괴산 터미널에 한 무리의 또래 남학생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한 여학생은 남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머리를 수그렸지만 엄마와 꼭 잡은 손은 절대로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