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 장면이 나에게 찾아온 날

by 아론의책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수아와의 꿈만 같았던 눈부신 날들이 바래져 가는 것만 같았다. 매일 핸드폰 메세지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그녀를 보고 싶어 매일 까사비센스에 갔다. 처음 만난 그날처럼 운명같은 그녀가 내게 나타나주기를 기다렸다. 이른 아침 밖을 나가 노을 빛이 타들어가는 저녁까지 오지 않는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그리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음은 그녀를 사무치게 보고 싶지만, 머리는 그녀를 더 이상 만나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보다 깊어진다면, 이 관계는 분명 상처로 남을 테니까. 나는 죽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왔다. 내게 남은 시간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냉정해지지 않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렇게 나를 다그치며 추스리던 밤이었다.


그녀였다. 매일 같이 기다렸던 수아의 메시지 였다. 하지만, 이성은 마음을 누르며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지금이 그녀와 멀어질 마지막 기회라고 이성은 마음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꺼져버린 핸드폰을 책상에 두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소리를 모른채 하기위해 이불을 얼굴에 덮고 안간힘을 다해 잠을 청했다.하지만, 잠을 자려고 하면 할 수록 심장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주변에 모든 소리는 차단되고 쿵쾅대는 심장 소리만 고막을 터질 것처럼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만나는 것도 아니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 뿐이잖아.’


이성과 적절히 타협한 마음은 어느새 핸드폰 전원을 켜고 자연스럽게 수아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응, 잘지냈어. 너는?”

“나도. 내일 산츠역에서 10시쯤 볼래?”

“응, 좋아.”


그녀의 웃음짓는 이모티콘을 끝으로 대화는 끝났다. 그녀에게 한 동안 연락을 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걸 메시지로 나누고 싶지 않았다. 직접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본능에 항복해 버렸다. 그녀와 더이상 가까워지는 걸 걱정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다. 오늘 내 하루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수아의 메시지를 통해 행복한 감정에 물들어 잠이들었다.




“아들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샐러드에 올리브오일과 소금을 뿌리고 있는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였다.


“잠을 푹잤더니 컨디션이 좋아서.”

“오늘 누구 만나니?”

일주일동안 아침도 먹지 않고 말이 없던 내가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을 본 어머니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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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도 가자 스페인> 저자. 작가 아론의책입니다. 여행 에세이와 따뜻한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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