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친한 친구 6명이 있다. 고향이 같지만 6명이 만난 시기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각각 다르다. 학창 시절이나 대학교를 거쳐서 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멀어지고 헤어지고 하면서 인간관계를 가져왔지만 나에게는 가장 마음이 편하고 친구라는 명칭이 잘 어울리는 녀석들이 아닐까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일을 하게 되면서 서로의 사는 지역이 떨어졌지만 명절에는 꼭 얼굴을 한 번씩 보려고 노력했고 중간중간 가족들과 함께 놀러 다니기도 했다.
얼마 전에 그 친구들이 있는 카톡방에 나의 육아휴직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모두들 깜짝 놀랐다. 내가 얘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회사 다니는 녀석들은 업무 시간에 전화까지 오는 것을 보니 놀라긴 했나 보다. 그중, 내가 사는 울산 근처에서 치과를 하는 한 녀석이 전화가 와서 점심시간에 시간이 되면 잠깐 와서 밥이나 먹자고 했다. 서로가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휴직 전에도 얼굴 볼 엄두도 못 내던 녀석이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차를 끌고 가서 밥도 먹곤 했다.
그 녀석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수요일에 병원이 휴진인데 놀아달란다. 그래서 오케이 했더니 녀석이 댓바람에 울산까지 왔다. 40대 아저씨 두 명이서 평일 낮에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으랴. 울산까지 왔는데 회나 먹으러 가자해서 방어진 횟집에 가서 회와 함께 낮술을 먹기 시작했다. 낮술은 대학교 이후에 처음이니 거의 20년만 인듯하다. 벌건 대낮부터 취한 모습으로 흐트러질 수는 없으니 신경을 써서인지, 방어진의 바다가 좋아서 인지, 가자미 회가 맛있어서 인지 꽤나 많은 술을 먹었는데도 취하지가 않았다.
20년 지기와 20년 만의 낮술이라니... 참 오랜만의 일탈에 기분이 좋았다.
횟집에서 기분 좋게 회를 먹고 나와서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무렵이 되었다. 친구 녀석이 저녁도 먹자기에 근처 해수욕장에 가서 해변이 보이는 중국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또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마무리 술을 한 잔 했다.
저녁이 되어서 집에 가는 녀석을 역에 바래다주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랜만에 지난날들이 생각이 나서 행복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던 어린 시절에 옆에서 의지가 되던 친구들이 아직도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한 저녁이었다.
친구 덕분에 옆에 있지만 자주 보지 못하는 바다도 보고, 20여 년 만에 낮술도 먹어보고, 오랜만에 친구도 보고...
복직하기 전에 낮술 한 번 더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