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오기 전, 이번 여행의 목표는 올레길을 걷는 것이었다. 내심 6일 동안 2개의 코스를 걸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왔다 갔다 2일은 올레길 걷기에 애매하고 이틀째 비 예보도 있고 해서 걷기 가능한 3일 중에 2일만 제대로 걸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예전 올레길을 걸은 경험에 미루어보면 갑자기 긴 거리를 걷고 나면 근육통이나 발바닥 물집 등의 문제기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3일 중 2일 걷기라는 현실적이 목표가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말도 두 켤레씩 신는 등 준비가 잘 된 것인지 신기하게도 몸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이틀을 연속으로 긴 거리를 걸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길래 처음에는 5일째에도 올레길을 걸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내가 걷기 대회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하루 정도는 쉬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좀 늦었고 날씨가 정말 좋았던 지난 2일과는 다르게 구름도 가득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생각하면서 놀기로 결정. 놀기로 하긴 했는데 어딜 가지? 제주에 있는 웬만한 박물관이나 명소 등은 대부분 가봤다. 지도 어플을 보면서 한참을 고민하다 여미지 식물원을 찾았다. 이름은 들어본 유명한 곳인데 가본 적은 없는 곳이다. 에이 일단은 가보자.
그리하여 숙소 앞 유동커피에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여미지식물원으로 향했다.
한참을 운전해서 도착한 여미지식물원은 시간이 일러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고 한산했다. 물론 좀 지나자 학생들과 유치원 어린이들이 단체로 엄청나게 입장하면서 시끌벅적해졌지만 말이다.
아무튼 여미지식물원은 넓은 대지에 여러 가지 테마로 정리된 엄청나게 많은 식물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가 익숙한 바나나 나무 등의 유실수부터 선인장 등의 식물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식물까지 너무너무 다양한 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었다.
식물원 구경을 실컷 하고 커피가 먹고 싶어서 주변 카페를 찾아봤다. 익숙한 스벅이 근처에 있길래 가보려 하다가 좀 다른 카페도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미지 식물원 바로 맞은편에 큰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어승생이라는 시그니쳐 크림라테가 있었다.
원래 커피는 아메리카노만 먹는 편인데 또 이런 카페에서는 시그니쳐 메뉴를 먹어줘야 제맛이지.넓은 카페에서 맛있는 라테를 마시면서 전날 일정의 브런치를 작성했다.
점심때가 되어서 밥 먹을 곳을 찾아보다 뜨끈한 국밥 같은 것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소고기국밥집. 혼자서도 밥은 잘 찾아먹는 것 같다.
점심을 먹고는 또 어디 가는 곳을 찾는 것도 귀찮아서 서귀포 시내로 돌아왔다. 서귀포 시내에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올레시장에 가서 물건구경, 사람구경 하다가 다시 스벅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예전에는 미리 관광 동선을 계획하고 계획이 맞춰서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 큰 계획만 잡고 나머지 세부적인 사항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절하면서 여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