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유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하고 확실한 척도는 그 순간 술을 마실 수 있는가이다.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건 곧 꼭 해야 할 일이나 갑자기 운전할 일이 없을 거란 뜻이다. 자유도의 초점은 꼭 마시지 않더라도 ”마실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런 여유가 있는 마음이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여행지에서는 아침에 가벼운 마음으로 맥주나 샴페인을 곁들일 수 있고, 금요일 밤엔 다음 날 쉬니 불안함 없이 소주를 한 잔 할 수 있다. 할 일에 쫓기지 않는 시간이라니, 현대인에게 아주 귀한 자유의 시간인 셈이다.
최근 들어 나는 술을 많이 줄였다. 원래도 과음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먹는 재미 하나로 사는 나에게, 맛있는 음식에 잘 어울리는 술 한 잔만큼 행복을 주는 게 별로 없지만 오래 마시고 살기 위해 중용을 지키기로 했다. 대신 한 번 마실 때 더 좋은 술을 마시고, 그 사이를 되도록 운동과 건강한 식단으로 잘 채워 넣는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여유 시간에 다음 한 잔을 위한 건강을 적립해 둔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길 바란다…)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내일 출근이 평소보다 조금 늦을 예정이라 남편과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했다. 뭣보다 오늘 같이 선선한 날씨에 마음 쫓길 게 무엇 있겠나, 이런 날 몇 시간 남지 않은 자유를 만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