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리 Jan 12. 2023

아끼는 삶의 즐거움

SNS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종종 지인들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접속합니다. SNS를 보면 '와 우리나라 진정 선진국인가?' 싶을 정도로 소비 수준이 높습니다.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골프, 호캉스까지. SNS에 펼쳐지는 소비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나만 이렇게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건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소비의 즐거움은 이렇게 널리 널리 퍼져 갑니다. SNS를 통해서든 광고를 통해서든요. 돈을 쓰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메시지는 은연중에 우리 생활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돈을 쓰는 데에서 오는 행복과 만족감은 물론 큽니다. 돈을 쓰면 몸도 마음도 더 편할 수 있거든요. 비행기 이코노미석보다 비즈니스석이 널찍하고 안락한 것처럼요. 



그런데 아끼는 것의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게 큽니다. 짠테크 시작 전에는 마음먹고 아껴본 적이 없어서 아끼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쓰는 즐거움만 알았던 제게 아끼는 즐거움은 미지의 세계였던 것이지요. 남편과 목표했던 지출 금액을 달성했을 때의 즐거움. 카드내역을 정리하면서 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의 즐거움. 소비습관을 바꿈으로써 우리 집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즐거움은 꽤나 큰 짜릿함이었습니다.



짠테크를 하면서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많았습니다. 신선식품을 직접 구매해 요리하면서 집밥의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식료품비를 아끼면서도 식탁이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남편과 합심해서 짠테크를 실천 중입니다. 매월 지출 결산을 공유하고, 다음 달 지출 목표를 상의하면서 부부간의 대화도 늘었습니다. 그 외에도 택시를 타고 출퇴근하던 남편은 지하철을 타면서 조금이나마 걷는 시간을 확보했습니다.(그런데 살은 왜 안 빠질까요? 집밥 때문일까요?) 장보는 횟수를 줄이면서 오히려 자유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이전에는 쇼핑 중독처럼 장보기를 중독적으로 해서 밤마다 장보는 데 시간을 꽤나 썼거든요. 예전 같았으면 장보기에 몰두했을 시간에 요즘은 책을 보거나 드라마를 봅니다. 분명 소비를 줄였는데, 먹는 것, 쉬는 것, 가족 간의 관계까지 삶은 풍성해졌습니다.



제가 짠테크를 한다고 하니, 부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시는 상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아껴서 뭐 할 건데? 돈도 젊어서 써야 효용이 높은 거야."

"그러게요~ 아무래도 애들 키우려면 어쩔 수 없죠."라고 허허거리며 말했지만,

저의 속마음은 사실 이랬어요.

'우리 가족의 안락한 일상이 너무도 소중해서, 그걸 지키고 유지하려고 아끼며 살아요.'



아이를 낳은 후 돈과 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돈은 우리 가족을 안락하게 지켜준다고 생각해요. 또 돈은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해요. 돈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곧 즐거운 짠테크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브런치에 짠테크 글을 연재한 이유는 아끼며 사는 삶도 풍요로울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어요. 일상에 대한 만족도는 지출 규모에 정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심각하게 지출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면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지속적인 짠테크를 하려면 무지출 챌린지 등 극단적인 절약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만족도를 유지하면서도 절약하는, 그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짠테크 연재는 마칩니다. 여러분의 즐거운 짠테크를 응원합니다!

이전 12화 짠테크 부부의 치킨 회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