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의 시작은 저였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재테크 관련 책들을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산을 불리는 방법 중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것이 '절약'임을 깨달았습니다.
"여보, 우리 가족이 얼마 쓰는지 제대로 정리해 보고, 지출을 마음먹고 줄여 보자."
남편은 시큰둥하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외식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골프를 치는 것도 아니고,
바빠서 여행도 못 다니는데, 더 아낄 구석이 있을까?"
남편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 둘 키우면서 맞벌이한다고 집과 회사만 다닐 뿐, 큼지막한 소비는 없었거든요. 큼지막한 소비를 하려면 일단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슬프게도 우리 부부는 시간거지였습니다.
"음,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일단 내가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게."
저는 최근 3개월의 지출을 싹 정리했습니다. 결과는 매월 400만원을 훌쩍 넘는 지출!
우리 부부는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아니었습니다. 지출 정리를 하고 깨달았지요. 자그마한 지출 여러 개가 모이면 태산이 된다는 것을요.
남편은 이제 앞장서서 절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몇 주 전에는 한술 더 떠 "생활비 오십만원은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더라구요. 한술 더 뜨는 남편에 제가 잠시 주춤했습니다. 오십만원 더 줄일 수 있을까요..?
"브런치 구독자 100명 달성하면 우리 치킨 시켜 먹자!"
몇 개월 전 남편과 회식을 계획했습니다. 짠테크 하느라 우리 둘 다 수고했다는 의미이기도 했지요. 오랜만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짠테크 6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짠테크 생활을 하며 지출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맞벌이 가구의 짠테크 일기를 연재하며 두 자리였던 브런치 구독자 수가 세 자리로 늘었습니다. 브런치 메인과 다음에 노출된 빈도도 높았구요.
결국 며칠 전 이렇게 남편과 회식을 했네요. 배달 음식은 아이들 재워 놓고 먹어야 더 꿀맛인 거 아시죠? 구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짠테크 하는 부부답게 치킨은 쿠폰으로 시켰습니다. 부문장님이 연말에 수고했다는 의미로 저희 부서 팀원들에게 치킨 쿠폰을 보내주셨거든요. 배달비 사천원은 별도라길래 배달비도 아낄 겸 맥주도 사 올 겸 포장해와서 먹었답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언제나 창작욕을 품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결국 그 창작욕은 브런치라는 창구를 통해 글쓰기로 발현되고 있네요. 덕분에 백여 명의 구독자 여러분도 만났구요.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읽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