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2월 지출 결산을 했습니다. 4인가족 식료품비로 약 75만원을 지출했는데요. 짠테크 시작 전인 4월의 식료품비가 122만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제가 4인가족 생활비를 400만원대에서 200만원대로 줄였던 비결의 팔 할은 식료품비였습니다. 엄마의 '먹는 데에는 돈 아끼지 말아라.'라는 잔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금리도 오르고 경제는 어려운 마당에 허리띠를 졸라 매야지요.
짠테크를 한 지 어연 6개월 차, 이제 장보기에도 나름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제가 깨우친 장보기 노하우를 몇 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절반 정도만 실천해도 식료품비를 꽤나 아낄 수 있을 거예요.
첫 번째, 장보기는 몰아서 합니다.
아이들을 재운 후 TV를 켜놓고 스마트폰으로 식료품 장 보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자주 장을 봤는데요. 일주일에 대략 네 번 이상 새벽배송이 왔었습니다. 한 번에 주문하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만원에서 사만원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거의 매일 배송 온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작은 금액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식료품비를 만들어냈습니다.
짠테크를 결심하고 <미라클 일주일지갑>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서는 식료품비를 줄이는 것이 절약의 관건이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보기는 자주 하지 말라는 조언이 있었지요. 속는 셈 치고 따라 보았습니다.
몰아서 장보기를 시작했는데요. 한 번에 주문하는 금액은 이전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장 보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요. 몰아서 장을 보다 보니 갑작스레 우유 등 필수 식료품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는 퇴근길에 조금 귀찮더라도 슈퍼에 들러 필요한 것만 구입해 왔습니다. 장 보는 횟수를 줄이니 정말 식료품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식료품비가 너무 많이 나오는 분들은 과도하게 냉장고를 꽉꽉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식료품비 쇼핑 자체를 취미처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그랬었거든요.
두 번째, PB제품은 내 친구!
짠테크 시작하기 전 저는 PB상품을 불신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PB상품은 마트 등의 유통업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입니다. 장을 보다 보면 일반제품과 PB상품의 가격 차이가 심하더라구요.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PB상품은 절대 제 장바구니에 넣지 않았었죠. 그러나 지출 분석 후 120만원이 넘는 식료품비에 놀랐습니다. 이걸 줄이면 한 달에 몇 십만원은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싼 게 비지떡이더라도, 맛있게 먹으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PB상품들을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생수와 우유부터 도전했는데요. 배송 오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맛을 보았는데 PB상품이 아닌 일반 상품과의 차이점을 모르겠더라구요. 제 입맛이 둔한 건지, PB상품이 훌륭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가격은 훨씬 저렴함에도 체감되는 품질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짠테크 이전 저는 생수는 백산수만 먹었습니다. 백산수 2L 6개들이가 5,160원입니다. 노브랜드 생수 2L 6개들이는 1,980원입니다. 무려 삼천원 이상 저렴해요. 제가 자주 먹던 매일우유 900ml는 2,910원인데 노브랜드 우유 900ml는 1,580원입니다. 거의 반값입니다.
이제 제 장바구니에는 PB상품이 가득합니다. 비엔나 소시지, 라면, 파스타면, 떡국떡 등 식료품부터 화장지, 키친타월 등 생활용품까지. PB상품을 적극 이용한 후로 식료품비를 크게 아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마감세일과 1+1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재우는 육아 퇴근 후 마트 어플에 들어가서 세일 상품을 뒤지는 것만큼의 희열이 있을까요? 30%, 40% 할인하는 마감세일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을 때의 기쁨이란. 마치 노다지에서 금을 캐는 기분이었습니다.
신나서 결제하고 냉장고를 꽉꽉 채워 넣습니다. 그런데 맞벌이로 바쁘게 살다 보니, 식료품을 소진할 시간이 없습니다. 살림을 해야 식료품도 소진하지요. 결국 구매한 세일상품들은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을 넘겨 버립니다.
식료품비를 대폭 절감하려면 이런 세일상품과 프로모션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마음을 장착해야 합니다. 30% 세일이래도 정가의 70%는 내 지갑에서 나가는 것입니다. 1+1이어도 1개 살 돈은 내 지갑에서 나가는 겁니다.
세일 상품이라고 덥석 사지 않았더니, 냉장고가 한결 심플해졌습니다. 남아서 버리는 식재료도 크게 줄었지요. 적당히 사고 모두 소진하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절약이란 기본적으로 다이어트와 그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요. 이론은 알지만 실천은 어려운. 저 역시도 그래서 결혼 후 6년 간 절약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했었습니다. 절약도 아는 것을 조금이라도 실천해보는 행동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