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왔던 첫 베이비시터가 생각납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에서 겨우 매칭되어 구했습니다. 면접 때 처음 뵈었을 때 느낌이 나쁘지 않다 싶었습니다. 5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에너지가 좋아 보였습니다. 아이가 한창 활동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한 때라 젊은 분을 만나고 싶었는데 '딱이다!' 싶었지요.
베이비시터가 아이와 저와 함께 적응하며 지낸 지 일주일 차. 아이가 낮잠 자는 사이 누워서 쉬려던 저에게 베베이비시터가 "잠깐 이야기 좀 하자"라고 하더라구요. 각 잡고 불러내는 것이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베이비시터 : 이런 얘기는 민감할 수 있어서 좀 그렇긴 한데...
나 : (뭐지...?)
베이비시터 : 이용 요금 외에 추가로 더 수고비를 줄 수 있나 해서~
나 : 네? 아이돌봄서비스에서 이용 요금을 정해놨는데 그 이상을 따로 계좌로 달라는 말씀이신거에요?
베이비시터 : 뭐... 그렇지. 그런데 새댁도 나 같은 50대 시터 구하기 쉽지 않아. 아이돌보미들 거의 60대야. 그리고 일주일 적응하면서 보니 아이도 나를 좋아하고~
나 : 그런데 이용요금 외에 더 받으시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에요?
추가금에 대한 이유를 묻자, 베이비시터는 얼버무리듯이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저 더 받고 싶었던 거겠지요. 저는 베이비시터가 아주 괘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주일 간 아이와 적응기를 가져 놓고 아이가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하며 적응을 하려 하니 추가금을 요구하다니요. 마치 내 소중한 아이의 마음을 본인의 금전적인 이득에 이용한 것 같아 화가 났습니다.
일단 그 자리에서는 남편과 상의한 후 결정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곧 다음날이 밝았고, 베이비시터가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추가로 계좌이체로 돈을 더 드리는 것을 어려울 것 같아요. 만약 그 점이 싫으시다면, 내일부터 저희집으로 출근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구한 첫 번째 베이비시터와 이별했습니다. 첫 번째 이별을 맞이하며, 비로소 베이비시터의 세계의 실체를 깨달은 느낌이었습니다. 직장이 온실이었다면 베이비시터를 구하면서 맞이한 세계는 정글이었습니다. 직장에서 만나던 사람들이 온실 속 화초였다면, 베이비시터의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은 야생초였습니다.
첫 번째 베이비시터로 뻔뻔한 능구렁이를 만난 이후로 정신줄을 단단히 붙잡았습니다.
"이 바닥 꾼들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나도 보통내기로는 베이비시터에게 아이 맡기면서 직장생활 못 한다. Tit for tat. 뻔뻔함에는 뻔뻔함으로. 능글능글에는 능글능글로 대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