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의 이별 방법으로 카톡 이별은 최악이라고들 합니다. 베이비시터와의 카톡 이별은 어떨까요? 두 번의 복직 생활을 겪은 지난 시간 동안 베이비시터와의 많은 이별을 겪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던 분과 헤어짐을 겪는 것은 사실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큰 변화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또 다른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하는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작년, 카톡으로 베이비시터와 이별을 처음 경험합니다. 우리집에서 8개월 간 일했던 베이비시터 선생님이 카톡으로 이별을 고한 것입니다. 카톡 이별은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일요일에 카톡 이별을 고하셨는데, 당장 월요일부터 못 나오신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씀.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려 베이비시터 선생님께서는 일주일 간 출근하지 않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마침 발도 다치셨고, 출국 일정도 있으니 베이비시터 일을 그만하시겠다고 선언하신 겁니다.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에 말이죠. 평소에 갑자기 펑크내고 출근을 못 하신다거나, 근무 중 불성실하게 하신 분은 아니어서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래도 우리집을 8개월여간 드나든 분이니 좋게 마무리 짓습니다. 어찌 되었건 우리집에서 그동안 일해주셨기에 맞벌이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당장 다음날 출근을 못 하신다니, 이럴 때 맞벌이 부부는 참 난감합니다.
'당장 월요일에 휴가를 내야 하나?'
회사의 업무를 돌이켜보며 월요일에 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일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점검합니다. 남편한테도 월요일에 당장 휴가를 낼 수 있는지 묻습니다.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백업으로 우리집을 도와주고 계시는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께 도움의 손길을 청합니다.
수년간 우리집에 사람을 들이고, 사람을 쓰면서 든 생각은 '어차피 내 마음처럼 안 굴러간다.'입니다. 베이비시터에게 급여를 주고 돌봄의 업무를 위임해도 내 마음처럼 집이 굴러가진 않습니다. 이를 오랜 기간 겪다 보니, 그저 맞벌이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만 굴러가면 OK입니다. 세상 무던해진달까요.
베이비시터 선생님의 이별 카톡을 받고 바로 든 생각은 '그래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 전화라도 마음이 서운하진 않았을 텐데...'였습니다. 역시 베이비시터와의 이별도 제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별하게 되기도 하고, 섭섭한 감정을 남기고 이별하게 되기도 하지요.
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며 속상해하니, 자영업 17년 차인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래, 원래 사람 관리가 제일 힘든 거야."
엄마의 말을 듣고 생각합니다. 사장과 직원도, 부모와 베이비시터도 계약으로 맺어지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사람 사이의 일이다 보니 그 틈에 여러 가지 감정이 끼어들며 서로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합니다.
엄마의 말을 듣고 보니, 저도 맞벌이하면서 가정을 운영하느라 사장님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더군요. 베이비시터 채용, 급여 지급, 업무 조율까지. 베이비시터가 갑자기 출근하지 못하거나, 그만두면 백업인 조부모님 스케줄 조정까지. 정신없는 일상이지만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우리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사장님인데 골칫거리가 없을 수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