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베이비시터로 맞이한 능구렁이는 그렇게 우리집과 이별했습니다. 그리곤 어렵사리 맞이한 두 번째 베이비시터. 이번에는 정부 아이돌봄서비스가 아니라 사설 업체를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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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 낮, 면접을 남편과 함께 봤습니다. 남편도 저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아이를 다루는 능수능란한 모습. 60대 초반이셔서 우리가 원하던 50대의 젊은 시터는 아니었지만, 젊은 시터 못지않은 에너지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면접 후)
나 : "여보, 됐다. 이 분이면 된 것 같아."
남편 : "그래, 이전 집에서도 오래 일한 경험도 있고, 아이한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분 같아."
그렇게 바로 우리집에 출근하기로 결정. 이주일 여의 적응기를 가지고 저도 출근을 합니다. 이번에 구한 베이비시터라면 믿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지닌 채로요. 복직 첫날 아침, 베이비시터는 제 복직을 응원하는 문자까지 보내주셨습니다. 오랜만에 회사로 향하던 발걸음이 얼마나 당당했고, 또 가벼웠는지요.
워킹맘은 처음이라 회사에서 적응하랴, 바뀐 우리집의 생활에 적응하랴 한 달이 훌쩍 지나갑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생각합니다.
'아, 워킹맘 생활이 이렇게 정신이 없다니. 시터라도 좋은 분 구해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을까요? 점심시간에 쉬던 저는 아이가 무얼 하는지 궁금하여 홈캠 어플을 켭니다. 아이가 보통 낮잠에 드는 시각을 훌쩍 넘겼는데, 자고 있지 않은 아이가 화면에 보입니다. 그 옆에서 아이를 재워보려고 어떻게든 애쓰는 베이비시터도 보입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직감이 듭니다. 이어폰을 챙겨 들고 얼른 화장실로 가서 조용히 집 안방의 모습을 살핍니다.
그때 들리는 앙칼진 베이비시터의 목소리.
"왜 안 자! 짜증 나게!"
아, 뭐라 설명해야 할까요. 그때의 제 기분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땅이 푹 꺼지는 것 같았어요. 눈물이 주륵주륵 났습니다. 말도 못 하는 아이를 두고 복직을 해서 아이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한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 조그만 휴대폰 화면 앞에서 저는 한없이 죄인이 되었습니다.
아이한테 짜증은 베이비시터가 냈는데, 왜 엄마인 내가 한없이 큰 죄책감을 느껴야 했을까요? 그날은 제가 일하는 엄마의 무거운 어깨를 비로소 실감한 날입니다.
믿었던 두 번째 베이비시터에게 발등을 제대로 찍혔습니다. 두 번째 베이비시터 역시 며칠 뒤 우리집을 떠납니다. 그 이후로 저는 다짐합니다.
'내 직감을 믿지 말자. 이전 집에서 오래 일했다는 경력을 무조건 신뢰하진 말자.'
초보 엄마들은 베이비시터를 구할 때 이전 집에서 오래 일했다거나, 베이비시터로 오랜 기간 일했다면 가점을 더 주는 편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닙니다. 경력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으니까요.
좋은 베이비시터를 구하려면 삼 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베이비시터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말이겠지요. 단박에 좋은 베이비시터를 구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집에서 오래 일할 베이비시터를 만나기 위해서는 몇 명의 베이비시터를 거쳐서 만나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