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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Mar 07. 2023

베이비시터와 꼭 필요한 안전거리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첫 번째 산을 넘었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베이비시터와 잘 지내는 두 번째 산이 남았습니다. 이제부터 몇 편의 글에는 베이비시터와 잘 지내는 법에 대해 글을 남겨볼까 합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예능 <아내의 맛>에 배우 함소원님과 시터이모의 갈등이 담긴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 집도 출퇴근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서 생활하고 있을 때여서 이끌리듯이 보았습니다. 함소원님과 시터이모의 갈등이 쌓여 오다가 결국 시터이모가 "더 이상 출근 못 해!"라고 합니다.



제가 이 에피소드에서 눈여겨본 것은 다른 것보다 함소원님과 시터이모의 관계였습니다. 함소원님과 시터이모의 관계가 너무나도 막역하고 가까워 보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말을 하고, 이것저것 다 이야기하는. 심지어 시터이모는 본인의 조카를 일터인 함소원님의 집에 데리고 오기도 합니다. 방송 상 설정이 있을 수 있다고는 하더라도, 매우 가까워 보이는 그들의 관계까지 설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베이비시터와 이용가정의 관계는 자연스레 매우 가까워지기가 쉽습니다. 베이비시터의 일터는 곧 우리 집이고, 베이비시터의 일은 나의 아이를 봐주는 것이니까요. 직장 동료와 친구들은 모르는 집안 살림의 세밀한 부분까지 알리려고 하지 않아도 베이비시터는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이는 우리 집에 베이비시터를 들이는 순간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렇다 보니, 함소원님처럼 베이비시터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거나, 매우 가까이 지내기도 하는데요. 두 번 복직하며 6명의 베이비시터를 거쳐간 지금 돌이켜보면, 베이비시터와는 의도적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구한 베이비시터가 마음에 들어서 오랜 기간 함께 하고 싶다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세요.



베이비시터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몇 가지의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제가 세운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호존중

우리 부부와 아이들 모두 베이비시터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씁니다. 우리 부부가 존칭을 함에도, 반말하는 베이비시터는 거릅니다. 이 경우 얼른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베이비시터는 이용가정에서 공손하게 대하면, 젊은 부부에게도 존댓말을 씁니다.

2. 개인 영역 존중

아이 돌봄 등 업무 외의 베이비시터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세밀하게 질문하지 않습니다. 스몰 토크 정도로 먼저 말씀해 주시면 그에 대해 잘 들어주고 반응해 줍니다. 그러나 먼저 사생활에 대해 묻지는 않습니다. 역으로 선 넘는 질문을 베이비시터로부터 받으면 상냥하되 두루뭉술하게 대답합니다.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는데도 개인적인 질문을 꼬치꼬치 캐묻는 분은 거릅니다. 이 경우에도 얼른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 게 낫습니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존중하는 관계일 때 베이비시터와 오래갈 수 있습니다. 베이비시터는 우리 집에서 일하지만 가족은 아닙니다. 가족처럼 가깝게 느껴질지라도 본질적으로 일로 얽힌 계약관계입니다. 따라서 가족처럼 편하게 느껴지더라도, 가족처럼 편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베이비시터를 존중하며 좋은 관계로 지내되, 요구사항이 있을 때에는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의 맛>에서 함소원님이 시터이모에게 "나는 이모를 정말 가족처럼 생각해.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고 합니다. 이렇게 베이비시터와 너무 가까이 지내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가까우니깐 서로가 서로에게 더 잘해주길 원하고, 더 편의를 봐주길 원하게 되지요. 또 육아 관련하여 요구사항이 있어도 지나치게 가까이 지내는 베이비시터에게 이를 명확히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지요.



결국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핵심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가족이 베이비시터를 존중하는 만큼, 역으로 우리 가족을 존중해 줄 수 있는 분을 만나야겠지요. 그래서 결국 한 명에게 정착할 때까지 워킹맘은 여러 명의 베이비시터를 거쳐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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