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조만간 복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하는데요. 막상 구하려고 이곳저곳 알아보니, 운 좋게도 몇 명의 베이비시터와 면접 일정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막상 첫 번째 면접 일정이 다가올수록 A씨는 초조합니다. A씨는 본인이 피면접자가 된 적은 있으나, 면접관으로 누군가를 면접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면접을 보러 온 베이비시터 후보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본다면, 어떤 질문을 반드시 해야 할까요? 저도 첫 번째 복직 전, 베이비시터 면접 전에 꽤나 긴장을 했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을 내가 면접해야 한다니...'
'그나저나 어떤 질문을 해야 하지?'
이런 부담감은 처음 베이비시터를 구한다면 당연히 겪는 과정입니다. 저도 막막해서 '베이비시터 면접 질문'의 키워드로 포털사이트와 맘카페 등에 검색해 보기도 했습니다. 베이비시터를 써 본 경험이 있다면, 경험에 비추어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비교적 명확해집니다. 그러나 아직 베이비시터를 써 보지 않은 부모라면 무얼 물어야 할지 전혀 감이 없지요. 피면접자보다 면접관이 더욱 당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시터 수십 명을 면접 보며, 제가 면접 때 반드시 물어봤던 질문 몇 가지를 추려 봤습니다.
1. 베이비시터가 생각하는 대략적인 업무의 범위를 물어봅시다
고용한 베이비시터와의 업무의 범위는 면접 때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업체에서 알선해 준 경우에는, 해당 업체에서 정한 업무의 범위가 있을 겁니다. 업체를 끼고 구하지 않는 경우에는 큰 틀에서 업무의 범위를 면접 때 어느 정도 합의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베이비시터의 일이 집 안에서 아이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다소 어렵습니다. 보통 업체에서 알선해 준 경우에는 아이 돌봄과 아이 관련 가사만 업무의 범위로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 관련 가사는 어느 범위까지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아이가 주로 생활하는 곳 청소기 돌리기도 포함이 되는 걸까요?
아이 젖병 설거지도 포함이 되는 걸까요?
아이 젖병 설거지가 포함이 된다면,
설거지한 젖병을 소독기에 넣어 소독하는 것까지 포함되는 걸까요?
업체에서 큰 틀의 범위를 정해줬다고 해도, 이용 가정과 베이비시터 사이에 세세한 업무 범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면접 때 이를 모두 정할 수는 없지만, 베이비시터가 다양한 업무에 적극적인 분인지 혹은 아이 돌봄에만 집중하고 싶어 하는 성향인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직접적으로 물어봤습니다.
"아이 관련 가사는 어느 정도를 생각하시나요?
이전 가정에서는 아이 젖병이나 식기 설거지, 아이 노는 공간 청소도 하셨는지요?"
베이비시터의 답변을 듣고 베이비시터의 업무 성향을 파악했습니다.
아이 돌봄만 하시는 분도 경험해 봤고, 다양한 가사를 손 봐주시는 분도 경험했습니다. 아이 돌봄 하시는 분은 가사 업무에 대한 압박 없이 아이만 돌보므로, 아이를 계속해서 케어하시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아이 이유식 만들기 등 아이 관련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은 아무래도 부모의 일손을 덜어주는 장점이 있었지요.
베이비시터가 어느 정도의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지 면접으로 파악해 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 성향을 고려해서 서로 맞춰가며 지내기 수월합니다.
2. 이전 가정과의 돌봄 기간과 종료 사유를 물어봅시다
면접을 보러 오는 대부분의 베이비시터가 경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베이비시터도 본인이 몇 년 이상 베이비시터로 일했다는 경력을 잘 내세우곤 합니다. 무경력 베이비시터가 아니라면, 이전에 일했던 가정이 있었을 겁니다. 저는 꼭 면접 때 이전 가정에서의 근무 기간과 돌봄 종류 사유를 물어봤습니다.
"이전 가정에서는 몇 년 근무하셨나요?"
"실례가 안 된다면, 이전 가정과의 돌봄 종료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두 가지 질문은 경력이 있는 베이비시터에게는 반드시 했습니다. 단기간에 여러 가정을 거쳐 온 베이비시터도 있을 것이고, 한 가정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 경력을 쌓아 온 베이비시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 가정에 진득하게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베이비시터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신혼부부가 처음 살림을 합치고 맞춰갈 사항이 많듯이, 베이비시터와도 세세하게 맞춰갈 것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한 가정에서 일한 베이비시터는 그 가정과 여러 부분에서 맞춰본 경험이 있는 분입니다. 이전 가정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겪어보니 무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이전 가정과의 돌봄 종료 사유에 대한 답변도 들어보면 굉장히 다양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종일반에 가게 되어서"
"아이가 커서 이제 돌봄이 필요하지 않아서"
"가족들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서"
대부분 종료 사유를 금방 답하지만, 간혹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이전 가정의 부모와 잘 맞지 않아 안 좋게 돌봄을 마무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명확한 돌봄 종료의 사유를 답하는 분들 위주로 채용했습니다.
3. 가족구성과 현재 동거 현황을 물어봅시다
베이비시터의 현재 가족 구성과 동거 현황을 파악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실례지만 자제분들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자제분들과 함께 거주 중이신가요?"
"지금 그럼 남편분과 두 분이서 살고 계신 건가요?"
간혹 젊은 베이비시터 중 자녀가 아직 돌봄이 필요한 나이대(주로 초등학생, 중학생)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상황에 따라 베이비시터 일이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채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베이비시터로 일하시는 분들 나이대가 50대에서 60대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자녀가 성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성인이면 크게 집안일에 손 갈 것이 없기에, 갑작스럽게 출근을 못하는 상황이 드뭅니다. 저는 그래서 자녀가 성인인 베이비시터를 선호했습니다.
회사 일이 갑자기 바빠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베이비시터에게 초과 근무를 요청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 집의 상황에 맞추어 근무를 유연하게 더 해주실 수 있는 분인지를 파악하는 데 가족구성에 대한 질문이 힌트가 되었습니다.
또 부부 모두 바쁜 일에 종사하고 있는 분이라면 미리 면접 때 여쭤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 부부가 모두 일이 바쁜 편이라,
종종 1시간에서 2시간 더 근무를 요청할 수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다양한 질문을 통해 베이비시터의 성향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으나,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의 기운과 분위기는 직감적으로 느껴집니다. 에너지가 높은 분인지, 낮은 분인지. 긍정적인 분위기인지, 다소 침울한 분위기인지. 표정과 억양, 말투에서 많은 단서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소중하게 잘 대해줄 분'이라면 OK였습니다. 아무래도 인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인품에 대한 부분은 실제로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눠 보면 직감적으로 느껴집니다. 여러 명을 면접 보다 보면 우리 가정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분, 아이를 소중하게 대해 주실 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원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마시고, '그분'이 나타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면접을 진행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