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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May 27. 2022

첫 번째 베이비시터와의 만남과 헤어짐

우리집에 홈CCTV가 네 개가 있는 이유


2019년 초가을 나는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이 결정되어 첫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이직이 다소 갑작스럽게 결정된 터라 남편과 나는 급하게 베이비시터를 구해야했다. 별이는 아침9시부터 점심무렵까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다. 베이비시터에게 점심무렵 어린이집 하원부터 부모의 퇴근무렵까지 돌봄을 요청해야 했다. 여러 업체에 전화하여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시작했다.



우리집 첫 베이비시터 이모님

Y업체에서 토요일 오전에 면접을 잡아주었고, P이모님을 면접에서 만나게 되었다. P이모님의 밝은 이미지와 에너지가 좋았다. 갓 60대인 나이도 적절하다고 생각이 들었고, 경력 역시 신뢰가 갔다. 바로 이전 집이 아이 둘을 키우는 맞벌이 가정이었는데, 6년 간 근무하고 아이들이 어느정도 커서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셨다. 여러 모로 우리 부부의 기준에 부합하는 이모님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우리집의 첫 번째 베이비시터로 채용했다.


본격적으로 출근하기 전, P이모님과 나와 별이는 함께 집에서 육아하며 서로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면접 때 느꼈던 이미지처럼 아이를 잘 다루셨다. 단순한 장난감으로도 아이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며 놀이를 할 줄 아시는 분이었고, 책도 실감나게 읽어주셨다. 손도 빨라서 이유식도 금방 뚝딱 만드셨고, 어질러진 부엌과 거실을 치우는 것도 금방 해내셨다. 운 좋게 한 번에 꽤나 괜찮은 육아 동지를 만났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드디어 첫 출근일

"별이 잘 돌보고 있을 테니, 첫 출근 잘 다녀와요^^" 첫출근 아침에 받은 P이모님의 문자에 다시 한 번 안심하며 사무실로 발길을 향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 완전히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해서 정신이 없이 몇 주가 흘러갔다. 별이가 보고 싶을 때는 홈CCTV로 별이가 뭐하고 있나 종종 보곤 했다.


출근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일까, 그 날도 점심시간 끝무렵 홈CCTV를 들여다보았다. 별이의 낮잠시간이 다가왔는데 별이가 자고 있지 않았다. 육아를 하다보면 수월한 날도 있지만 수월하지 않게 흘러가는 날도 많다. 아마 그날이 후자의 날이었던 것 같다. 별이는 재우려는 P이모님과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였다. 재우려는 P이모님, 안 자고 계속 놀려는 별이. 나는 왠지 긴장된 마음으로 계속 홈CCTV를 쳐다보았다. 실랑이를 하던 별이가 신경쓰여 곧 이어폰을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P이모님이 별이에게 강압적으로 이야기하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나와 함께 육아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어서 누워. 자. 얼른"그 단호하고도 무서운 목소리. "악! 짜증나 왜 안자!" 그 짜증 섞인 외침.

나는 거의 넋이 나간 채로 화장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마치 호랑이에게 아기를 맡겨둔 듯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다행히 조금 후 별이는 잠들었고, 집 안에는 다시금 평화가 찾아온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머리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했고, 가슴은 계속 쿵쾅쿵쾅 뛰었다.


내가 퇴근하니 P이모님은 오늘은 별이가 도저히 잠이 들지 않아 힘든 날이었음을 토로했다. 어떻게 내 소중한 아이에게 그렇게 대할 수 있냐고 당장에라도 눈에 불을 켜고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혹시라도 내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 더 심한 일들은 없었는지 증거를 찾아야했다. 집에 있던 두 대의 홈CCTV의 메모리카드를 꺼내 노트북에서 지난날의 영상 기록을 모두 다시 돌려보았다. P이모님이 우리 별이를 학대했다고 생각하고 그 결정적인 증거를 어떻게든 찾아내려 애썼다. 불행인건지 다행인건지 그 날 만큼 심하게 별이를 나무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별이가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P이모님을 지치게 할 때 소위 '욱' 하는 모습이 몇 번이고 영상에 담겨 있었다. 지난 영상을 모두 찾아보고서 결론을 내렸다. "아... 안되겠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부족했구나." 결론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좀 차분해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 늦지 않게 발견하여 그나마 다행이다."



시부모님께도 이런 상황을 전했다. 평소 육아 도움을 주시러 우리집에 자주 드나드시는 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반이 넘도록 지난 일이지만, 그 때 시아버지의 말씀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속상한 마음이 들겠지만, 미운 놈한테 떡 하나 더준다고 생각하며 좋게 보내드려라. 그게 너희를 위한 일이다." 시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P이모님께 드리라며 백화점 상품권을 쥐어주셨다.

치솟는 화를 누른채로, 아버님 말씀대로 좋게 P이모님을 돌려보냈다. 새로운 시터를 구할 때까지 육아 공백은 양가 부모님께서 담당해주시기로 하였다. 양가에서 백업해주실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을 해서 아이에게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게 했다는 죄책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왜 굳이 섣부르게 일을 다시 시작해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었을까. 조금 더 아이 옆에 있는 선택을 할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아침해는 밝아오고, 나는 퇴사하지 않는 이상 아이를 두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은 접어두고 다시 새로운 베이비시터를 구해야했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남편은 말했다. "모든 시터가 그런 건 아니야. 운이 안 좋았을 뿐이야. 앞으로의 일들을 너무 걱정하지 말자."



새로운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준비와 마음가짐

새로운 베이비시터를 구하기로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이 있다. 바로 집의 거실과 안방에 설치되어 있던 두 개의 홈CCTV 이외에 추가로 두 개의 홈CCTV를 설치하는 것. 결국 우리집은 거실, 안방, 작은방, 서재까지 홈CCTV 네 개를 설치했다. 행여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되면 빨리 찾아내어 대처하리라.

내가 워킹맘을 하기로 결심한 이상 앞으로도 베이비시터를 몇 번이고 교체해야 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였다.

내가 앞으로 걷게 될 길이 매끄러운 포장도로가 아니라 자갈밭일지라도 그 자갈밭을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것이 엄마로서 내가 할 몫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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